다면체 사랑 - 제2면체

명희와 일도의 운명적 만남

by 일도

제2면체 – 땅에 관한 이야기


“하늘은 강건하고 변화하며, 땅은 부드러워 중심을 잡는다.”


명희와 일도의 운명적 만남


해가 기울고, 땅거미가 마을 골목마다 조용히 내려앉을 무렵이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공기가 서늘하게 감돌고, 멀리서 밥 짓는 연기가 희미하게 번졌다.

명희는 교회 본당을 나와 조용히 집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예배당에서 집까지는 고작 백 미터 남짓한 거리.

그러나 그 짧은 길에도 그녀는 하루의 마음을 정리하듯 천천히, 묵직하게 걸었다.


바로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자매님, 잠깐만요!”


놀란 듯 돌아보니, 교회 청년부 회장이 다급히 뛰어오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낯선 청년 하나가 조심스럽게 서 있었다.

긴 외투 자락이 바람에 흔들리고, 두 사람의 숨소리가 차가운 공기 속에 희미하게 퍼졌다.


회장은 이내 숨을 고르며 청년을 가리켰다.


“여기, 이번에 새로 오신 일도 형제님이에요.”


명희는 짧은 숨을 들이켠 채 청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로등 불빛에 반쯤 잠긴 그의 표정은 또렷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걸렸다.


그리고 밝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명희라고 해요.”


청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멋쩍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안녕하세요… 일도입니다.”


명희는 손을 내밀며 웃었다.


“우리 교회에서는 서로 형제님, 자매님이라고 부르거든요.

그럼, 일도 형제님이라고 부를게요.”


일도는 순간 약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명희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청년부 모임에서 또 뵐게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나눈 뒤, 명희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걸음을 떼고 나서도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마치 그 짧은 만남이 단순한 소개 이상의 무언가였다는 예감처럼.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 베이지색 바바리코트.

크지 않은 키에 약간 마른 체격.

어색하게 번지는 미소가 낯설었지만, 유독 시선이 끌렸던 건 그의 눈동자였다.


크고 또렷하면서도 살짝 처진 눈매.

그 안에는 짙은 쓸쓸함과 함께, 알 수 없는 깊이가 담겨 있었다.


‘참, 묘한 사람이네…’


그의 눈은 사슴의 눈처럼 맑고 조용했으며, 그 눈빛은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 오래 남았다.

짧은 첫 만남. 그러나 이미 명희의 안에, 어떤 흔적이 새겨지고 있었다.


집 앞에 다다라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삑—’

전자음이 울리고, 철컥— 소리와 함께 쪽문이 열렸다.


명희는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면서도, 여전히 그 낯선 청년의 눈빛이 마음 어딘가를 감돌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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