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체 사랑

명희와 일도의 상견례

by 일도

운명처럼 흐르는 삶의 무게.


명희의 아버지 사업은 어느 순간부터 기울기 시작했다. 외가식구들과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지던 손길은 무거워졌고, 확장하려던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우리’였던 공동 재산은 하나둘 나누어졌고, 동업도 해체되었다. 그래도 집 한 채, 외곽의 작은 땅은 남아 있었다.


명희가 결혼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버지는 한숨부터 쉬었다.

“뭐 하는 청년이냐.”

“신학대학 졸업반이에요.”

“성씨는?”

“양반 가문입니다.”


그제야 아버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문효공의 하사를 받은 집안이면, 문에 뛰어난 집안이군.”

그러나 곧 혀를 찼다.

“쯧쯧, 10년은 고생하겠구나.”


잠시 후,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 번 날짜를 잡아 그쪽 어른을 만나보자.”


상견례는 고급 빵집에서 이루어졌다.


명희의 부모는 단정한 옷차림으로 먼저 도착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일도의 가족이 들어서자, 조심스러운 인사가 오갔다.


긴장감이 공기 속에 배어 있었다.


처음엔 어색한 침묵이 흐르다, 명희의 아버지가 말을 시작했다.


한참 후, 일도의 어머니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우리가 가진 게 없어…”


명희의 어머니는 재빨리 손사래를 쳤다.

“그런 말씀 마세요. 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럽고 단정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말없이 일도를 바라보다가 단호히 말했다.

“한 10년은 돈 버는 일에 매진해야 할 거야.”


일도는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염려 마십시오. 잘할 자신 있습니다.”


아버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10년이, 결국 30년이 되리라는 것을 그때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일도는 아직도 세상을 너무 쉽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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