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준과 일도의 새로운 길
한편, 석준은 대학을 그만두고 작은 주산·부기 학원을 인수했다.
원래 그곳에서 일하던 여직원 정희는 그대로 함께 일하게 되었다.
정희는 단정한 단발머리에 또렷한 눈매를 가진 미인이었다. 아이들을 다정하게 가르치는 모습까지 더해져, 석준은 자연스레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다.
정희는 어느 날 석준을 교회로 데려갔다.
“오빠, 어릴 때 교회 다녔다면서요?”
“응. 어릴 땐 다녔지.”
“그럼 이번 주엔 저랑 같이 가요.”
그렇게 해서 석준은 명희와 일도가 있는 청년부에 함께하게 되었다.
처음엔 정희 때문이었지만, 점점 교회의 분위기 자체에 끌리기 시작했다.
‘여긴 십자가랑 부활을 강조하네… 구원초청, 구원상담?’
신앙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서, 석준은 신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그는 일도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일도, 우리 신학교 가보지 않을래?”
“… 갑자기?”
“학원은 정희 자매가 잘 운영할 거고… 난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도, 그게 쉬운 결정은 아닌데…”
“성경에 있잖아. ‘추수할 때가 되었다’고.”
일도는 놀라웠지만, 결국 마음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해 2학기, 두 사람은 함께 신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도가 진지한 얼굴로 명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명희, 나랑 결혼하지 않아도 돼.”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자세히 말해 줘.”
명희가 놀라 물었다.
일도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난 가진 것도 없고, 배운 것도 부족해. 신학교도 가야 하고…”
잠시 말을 멈추곤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
“그러니까… 날 떠나도 돼.”
명희는 잠시 멍해졌다. 그러나 이내 차분히 대답했다.
“바보야. 나는 네가 신학 공부를 하길 바랐어. 그런 결심이 없었다면, 나도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그를 꼭 끌어안았다.
“난 너와 결혼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