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체 사랑

명희의 일탈과 일도와 데이트

by 일도

그녀가 향한 곳은 교회였다.


교회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줄 것 같았고, 기댈 곳은 그곳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리 말도 없이, 무작정 목사님 사택으로 찾아간 것이다.

문 앞에 선 명희는 초췌한 얼굴이었고, 옆에는 큰 가방이 하나 놓여 있었다.

목사님과 사모님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명희의 자초지종을 들은 후, 목사님은 아무 말 없이 작은 방 하나를 내어주었다.


그렇게 명희는 사택에 머물며 조용히 지냈다.


성도들은 그녀를 “신앙의 고난에서 승리한 자매”라 불렀고, 목사님은 설교 시간마다 그녀를 예로 들었다. 하지만 명희는 묘하게 불편했다.


‘내가 정말… 승리한 걸까?’


한 달쯤 지나, 교회 전도사가 명희의 집을 찾아갔다. 아버지를 설득해 보려는 것이었다. 때마침 아버지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명희도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얼마 후, 명희는 다시 집의 문턱을 넘었다.


아버지는 그녀를 마주 앉히고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너도 이제 성인이니, 성인의 자격으로 교회 가는 걸 허락한다.”


그 말에 명희는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하지만 여긴 아버지 집이니 밤 10시 통금 시간은 꼭 지켜야 한다.”


명희는 겨우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아버지.”


그 목소리는 낮았고, 속은 복잡했다.


아버지의 말은 무겁게 가슴에 내려앉았다.


그 순간, 명희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게… 자유일까?’


허락된 자유. 그 속에서 자신은 정말 벗어난 걸까, 아니면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걸까.


그녀는 아버지의 억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일도와 함께하는 시간은 너무도 즐거웠다.


집에서는 숨조차 조심스러웠지만, 일도를 만나면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가볍고 자유로웠다.


일도는 키가 크지는 않았지만, 마른 몸매에 갸름한 얼굴, 사슴 같은 눈망울과 길고 풍성한 속눈썹, 매부리코와 얇은 입술이 인상적인 청년이었다. 특히나 길고 가느다란 목은 명희에게 유난히 인상 깊었다.


무뚝뚝하고 단호한 아버지와는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희네 가족은 하나같이 목이 짧았으니까.


일도는 늘 바바리코트를 입고, 가방에 타자기를 넣어 들고 다녔다. 명희는 그런 모습에 매료되었다.


어느 날, 일도가 중고 오토바이를 타고 와 말했다.

“같이 타볼래?”

“무서워서 못 타겠어.”

망설이는 명희의 손을 끌어올리며 그가 말했다.

“괜찮아, 타 봐.”


명희는 결국 못 이기는 척 뒤에 올라탔다.


그 시절은 아직 안전모에 대한 인식조차 희미했던 때였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얼굴을 스치는 공기가 들뜨게 했다. 명희는 조심스럽게 일도의 허리를 감쌌다. 오토바이가 속도를 줄일 때마다 그의 체온이 따뜻하게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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