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체 사랑 -3부

일도와 삼도의 결별

by 일도

일도는 직관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이었다. 추진력은 있었지만, 가정에선 그것이 독이 되었다.

명희는 조심스럽고 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둘은 너무 달랐다. 그리고 그 차이가, 때로는 보이지 않는 폭력처럼 작용했다.


말은 칼보다 깊게 베었고, 명희의 조용한 순종은 실은 내면에서 타들어가는 긴 비명이었다.


삼도는 밤마다 아내의 하소연에 시달렸다.

“아주버니, 너무하셔. 왜 집안일은 어머니만 하셔야 돼? 형님은 교회 일만 하고… 나도 사람인데, 이런 식으론 못 살아.”


처음엔 잠자리에 누워 고개만 끄덕였지만, 그런 말들이 하루 이틀 계속되자 삼도도 점점 지쳐갔다.

아내는 아주버니의 부당함을 토로하고, 형님에 대한 서운함을 쏟아내며, 이 좁은 시골에서는 더는 살 수 없다는 투정을 점점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전번일도 그렇잖아 신혼살림으로 사 온 세탁기며 냉장고를 팔았잖아 “

“아주머니가 중복된다고 팔자고 했다며”


삼도의 처는 점점 앙칼지게 말을 이어갔다.


“좀 그만하면 안 되겠어 그 돈을 형이 가져간 건 아니야” “우리한테 필요한 걸 샀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잘못됐어”


“상의도 안 하고 그것 자체로 나에겐 귀한 거야”

”난 서울로 올라갈 거야 “


그녀는 삼도에게 자주 서울로 가겠다고 하며 혼자라도 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어느 날 저녁, 삼도는 마을 어귀 삼백 년 된 수령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 홀로 앉아 있었다.

벌레 먹은 가지 사이로 가을 햇살이 쏟아졌고, 얇은 거미줄이 바람에 흔들렸다.

땅거미가 내려앉고, 쓰르라미 소리는 더욱 요란해졌다. 고요 속에 요란한 울음이 퍼지는 그 시간, 삼도는 묵묵히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여긴 너무 희망이 없어… 어디든 가야겠다고 결심한 게, 결국은 여기까지 온 거였는데…”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시절엔 신앙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믿음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현실의 무게가 있었다.

아내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삼도는 ‘이곳에서 더는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을 확고히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삼도가 말했다.

“서울로 올라가겠어. 이 좁은 시골에선 더는 신혼부부가 지낼 자리가 아닌 것 같아.”


그 말에 일도는 조심스레 물었다.

“조금만 더 견뎌보면 어때? 주변엔 소도시가 있어 복음전도를 위해 교회를 함께 개척할 수도 있잖아.”


하지만 삼도는 고개를 저었다.

“처형이 서울에 방을 마련해 줬어. 우리 둘 다 이제 정리하는 게 맞는 것 같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제수씨로 인해 가족 모두가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명희도 이제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삼도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을 때, 일도의 마음속에서는 어떤 단념이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다.

붙잡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형으로서 무언가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책이 있었고,

한편으론 ‘이쯤에서 정리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씁쓸한 수긍도 함께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짐을 꾸려 떠났다.

그 이후, 어머니는 다시 명희에게 부드럽게 대했고, 집안의 공기도 조금씩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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