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체 사랑 -3부

미국에서의 정희와 석준

by 일도

[미국, 정희와 석준]


“그 시각, 먼 대륙 반대편에서는…, 상준과 정희는 미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둘째 아들은 이곳에서 태어났고, 정희는 더 이상 생계를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두 아들을 돌보는 일에 전념할 수 있었다. 시아버지는 손자들을 지극히 아꼈고, 정희가 석준을 도와 교회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정희는 매일을 감사한 마음으로 살았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이 천천히 침전됐다. 기쁨의 가장자리에서, 이유 없는 공허가 잔잔하게 물들었다.

무엇이 부족한 건 아니었지만, 어쩌면 너무 모든 것이 채워져 있었기에 느껴지는 공허함이었다.

언젠가 아이들마저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될까 봐, 그 생각이 스스로도 낯설었다.


‘이게 계속될 수 있을까?’

그녀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희생과 헌신으로 채워진 삶에서, 자신을 위한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조용한 예감—

그것이 변화의 전조였다.



석준은 조직신학 박사학위를 바탕으로 주일예배 전 성경공부를 맡게 되었는데, 그의 해박한 지식과 논리적인 설명은 교인들의 지적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주었다.


정희 또한 중년 여성 교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밝은 인상에 에너지가 넘쳤고, 사람을 대할 때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심을 담아 다가갔다.



시간이 갈수록 석준은 다른 부목사들을 제치고 인기를 독차지했다.

다른 부목사들은 석준을 시기하기 시작했고, 그의 가르침이 교단 교리와 다르다는 이야기도 돌기 시작했다.



며칠 후, 담임목사는 석준을 사택으로 불렀다.


사무실은 꽤 넓었고, 정교한 조각이 새겨진 묵직한 책상 위엔 ‘욕망은 사망, 사명은 생명’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석준은 그 문장을 눈으로 읽고 마음에 새겼다.


담임목사는 차분하게 말을 건넸다.

그의 말투에는 오랜 세월 쌓인 리더의 품위와 동시에, 교회를 둘러싼 권력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목사님, 한인교회에서 당신을 원합니다. 부목사로 출발하되, 머지않아 담임목사로 세우려 하죠.”


그는 덧붙였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교회 권력이 한 사람의 카리스마에 쏠리는 걸 경계해 왔소. 하지만 당신의 경우, 신학도 신실하고, 그릇이 있어 보이니… 시험해보고 싶기도 하오.”


그 역시 한때 너무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짊어지려다 교회를 잠시 떠난 적이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무게와 동시에, 어쩌면 스스로에 대한 시험도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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