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희와 안면 신경통
결혼을 앞두고 삼도는 교회 청년부에서 만난 자매와 함께 형이 있는 시골로 내려갔다. 신혼집도, 안정된 직장도 없었지만, 어쩌면 서로의 곁이 그 무엇보다 필요했던 시절이었는지도 모른다.
장차 사돈이 될 그녀의 부모는 직접 교회를 보러 내려왔다. 허름한 단층 슬레이트 지붕, 벽돌 외관. 그 모습을 보고 사돈의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결국 딸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 했으니, 잘 부탁해요.”
그 말에는 억지 미소와 걱정이 겹쳐 있었다.
결국 삼도 부부는 예배당 옆 두 칸짜리 공간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좁았지만 둘은 거기서 주일학교 사역을 시작했다. 삼도의 열정 덕에 동네 아이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삼도와 일도의 관계는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했다.
일도는 가끔 생각했다. 그때 내가 삼도에게 좀 더 신중한 선택을 하게 했더라면…
그들의 믿음은 강했지만, 어쩌면 아이 같은 믿음이었다.
현실을 충분히 따지지도 않고, 인간적 차원의 고민도 생략한 채 “하나님이 인도하신다”는 절대 신앙 하나로 모든 것을 결정해 버렸던 것이다.
명희는 평일엔 우체국으로 출근했고, 삼도의 아내는 집에 머물렀다. 자연스레 시어머니와 자주 마주하게 되었고, 조카들을 돌보는 일도 맡게 됐다.
처음에는 말 한마디 던지는 정도였다.
“어머니, 이런 건 형님이 좀 하셔야죠.”
“형님한테 뭐라고 좀 해주세요.”
처음엔 어머니도 웃으며 넘겼지만,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어느 날, 명희에게 걸레를 던지며 말했다.
“이제 너도 좀 손 좀 보태야지. 나도 애들 관수하느라 힘들다.”
그날 이후 집 안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삼도네 방에서는 자주 다투는 소리가 들렸고, 명희에게조차 제수씨는 낮은 목소리로 하소연처럼 말을 건넸다.
그러던 어느 날, 명희의 얼굴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눈이 빠질 듯이 아프고, 입과 턱 한쪽이 찢어질 듯 욱신거렸다. 며칠이 지나자 얼굴 전체로 통증이 퍼졌고, 강도도 점점 심해졌다.
일도는 그녀를 데리고 서울 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는 말했다.
“삼차신경통일 가능성이 있어요. 심해지면 마비나 안면변형도 올 수 있으니 약 잘 챙겨 드세요.”
병원을 나오며 일도는 말했다.
“우리 친척이 한의사거든. 거기도 한번 가보자. 가족이니까 비용도 좀 도와줄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진료 후 들은 말은 뜻밖이었다.
“환으로 약을 드릴게요. 한 달 삼십만 원입니다.”
명희는 돌아오는 길 내내 약을 취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일도가 전화로 취소 의사를 전하자, 매형은 담담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곧 사촌 누나의 전화가 왔다.
“왜 약을 그렇게 버려? 무슨 생각으로 그래? 우리 친척들 다 알면 이게 무슨 망신이야…”
수화기 너머의 문이 “철컥” 닫혔다. 그 사건은 그렇게 끝났다.
일도의 무심한 말투, 조급한 판단, 상의 없는 결정들.
그 모든 것이 명희의 마음을 조금씩, 그러나 깊게 병들게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