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체 사랑 - 3부

일도의 좌절

by 일도

일도는 고개를 떨군 채 중얼거렸다.


“나는 잘못했습니다. 죄를 지었고, 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경찰관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훈방입니다. 아이들도 있고… 오늘은 그냥 조용히 돌아가세요. 다시 이런 일 없도록 하시고요.”


일도는 힘없이 일어났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아버지와 함께 주차장으로 나왔다.

어둠은 이미 도시 전체를 삼켜버렸고, 차 안도 차창 밖도 칠흑 같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운전석에 앉았다.

전도집회에는 가지 않았고 아니 갈 수도 없었다.

손은 핸들 위에서 멈췄고, 눈은 어딘가 공허한 곳을 향해 있었다.

마음속이 금속 덩어리처럼 무거웠다.

차디찬 쇳덩이가 가슴속에 쿵 박혀버린 듯했다.


모든 것이 싫어졌다.

교회도.

이 동네도.

개척도.

그 자신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다 쓸어버리고 싶었다.


차 안에는 한동안 숨소리마저 사라진 정적만 흘렀다.

아이들은 조심스레 눈치를 살폈다.

지영이 신영의 귀에 대고 살짝 속삭였다.


잠시 후, 신영이 조심스레 아빠를 불렀다.


“아빠… 집에 가자.”


목소리는 작고 떨렸지만, 그 안에는 두려움과 애정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일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시동을 걸었다.


“위잉… 위잉…”


엔진이 깨어나며 정적을 찢었다.

차는 아주 천천히, 앞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렇게,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말도, 목적지도 없이.

단지 ‘돌아가는 길’이라는 이름의 침묵 위에 올라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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