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체 사랑 - 3부

손녀 지영과 신영의 트라우마

by 일도

그러나 개척 1년을 채우기도 전에, 작은 파열음이 생기고 말았다.

교회의 부진이 계속되자, 일도는 대구에서 전도 잘하기로 소문난 선배 목사를 초청해 전도집회를 열기로 했다.


집회 당일, 오후 시간에 맞춰 일도는 가족을 태우고 도시교회로 향했다. 아직 이른 시각이라 명희와 어머니는 먼저 교회를 정리하고 청소하기로 했고, 일도는 다시 풍산교회로 내려가 성도들을 데려오려 했다.


아이들이 함께 가면 번잡해질까 걱정한 그는, 아버지와 두 딸을 근처 공원에 내려주었다.


“아버지, 여기서 아이들이랑 조금만 놀고 계세요. 금방 데리러 올게요.”


“알았다, 잘 다녀와라.”


“얘들아, 할아버지 손 절대 놓지 마. 알았지?”


“네!” 두 딸이 깨꼬리처럼 대답했다.


공원은 늦가을 햇살 아래 평화로웠다.

푸른 나무와 부드러운 잔디, 어스름한 바람이 어우러진 가운데 사람들이 천천히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포장마차에서는 어묵과 군고구마 냄새가 은근히 퍼져 나와 공기를 달콤하게 물들였다.


신영이 손가락으로 포장마차를 가리켰다.

“할아버지, 저기서 뭐 사 먹자!”


지영이 곁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할아버지, 돈 없잖아…”


그러자 신영이 속삭이듯 웃었다.

“할아버지 돈 있어. 가보자!”


할아버지는 말없이 손을 이끌었다.

어묵 국물을 한 입 베어 문 지영의 눈이 번쩍 떠졌다. 떡볶이는 맵지만 중독적인 맛이었고, 신영은 온 입에 빨간 양념을 묻히며 신나게 먹었다. 할아버지는 조용히 종이휴지를 찢어 아이들의 입을 닦아주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술기운이 올라온 것이었다.

술만 마시면 말이 많아지는 아버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우리 아들이 목사요. 우리 아들이 목사야…”


해가 기울고, 공원에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신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할아버지, 이제 집에 가요…”


“그래, 아빠가 안 오니까 우리가 가자. 손 꼭 잡아야 한다. 잃어버리면 안 돼…”



신영은 할아버지의 오른손을, 지영은 왼손을 꼭 잡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발걸음은 점점 휘청거렸고, 그때마다 아이들의 작은 몸도 함께 흔들렸다.

지영은 자꾸만 뒤로 젖혀지는 몸을 다잡기 위해 손에 힘을 더 주었다. 사람들이 바삐 오가는 인도 위, 술에 취한 노인의 걸음과 두 어린아이의 휘청임은 어느새 낯설고 위태로운 풍경이 되어 있었다.


지영은 그렇게 도심까지 들어왔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들 옆을 무심히 지나쳤다.

지영은 자꾸만 커지는 사람들의 그림자에 놀라며 할아버지 손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신영도 마찬가지였다. 아이 둘은 서로 눈빛을 맞추고, 말없이 손에 더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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