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의 고난
시골로 돌아온 일도는 마음을 추슬렀다.
목회지 주변을 다시 살펴보며, 두 개의 소도시 중 산업화가 더 진행된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미 사두었던 땅은 포기했다. 대신, 더 작은 부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중요한 결정 앞에서는 하나님께 충분히 기도하고, 응답을 기다려야 합니다.”
선배 목사들이 자주 하던 말이었는데 이런 말들은 떠오르지 않았다.
기존 부지를 팔고, 산업도시로 넘어가 새로운 땅을 알아보았으나, 자금은 늘 조금씩 모자랐다.
그런 중에 우연히 보게 된 아파트 분양 광고.
‘대출 가능’이라는 문구가 일도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무언가에 끌리듯 명희를 데리고 분양 사무실로 향했다.
“명희, 지금까지 당신은… 없는 사람처럼 조용히 내 곁에 있어줬어. 이젠 좀 달라졌으면 좋겠어.
땅 판 돈으로 아파트 하나 분양받자. 교회는 상가 건물에서 시작해도 돼. 퇴직금까지 보태면, 충분할 거야.”
명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기도하지 않았다. 아니, 기도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순종이 아니라 체념처럼 보일 만큼, 그녀의 얼굴에는 미세한 주름이 떠올랐다.
그러나 일도는 그것을 읽지 못했다.
그녀가 공무원직을 내려놓던 날, 그녀는 조용히 마지막 퇴근길에 올랐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신문 한 장을 구겼다가 펼쳐 들었다. 다시 구기고, 다시 펴며—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일도를 믿어 보기로 했다.
일도는 알지 못했다.
그가 지금 들고 있는 것이 화약이며, 그가 향하는 곳이 불구덩이라는 사실을.
그의 성급함.
그리고 그녀의 침묵 속 순전함.
어쩌면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연단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보라, 내가 너를 연단하였으나
은처럼 하지 아니하고,
너를 고난의 풀무에서 택하였노라.”
— 이사야 4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