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의 따뜻한 내조
정희는 이곳에서도 금세 교인들과 가까워졌다.
청년들과 아이들 누구에게나 먼저 말을 걸고, 조용한 미소와 함께 정성껏 쓴 작은 쪽지를 건넸다.
그녀의 쪽지에는 ‘동인’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하나 되어 살아가는 법이 담겨 있었다.
그날 저녁, 석준은 정리하다 정희가 남겨둔 쪽지 하나를 손에 들었다.
종이 한 장에 또박또박 적힌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93세의 한 할아버지가 폐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해 24시간 산소 치료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회복되었지만, 치료비는 무려 50만 프랑이었습니다.
계산서를 받아 든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의사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돈이 아까워서 운 게 아닙니다. 이 금액은 당장 지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 하루, 24시간 받은 산소가 이렇게 비싸다면,
지난 93년간 하나님께서 공기를 거저 주신 날들이 얼마나 큰 은혜였는지를 이제야 깨달아,
그 은혜가 너무 커서 눈물이 나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조용히 쪽지를 가슴에 넣었고,
누군가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날의 쪽지는 짜장면보다 더 오래, 더 깊이 교인들의 마음에 남았다.
정희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이 받은 작은 은혜도 결코 홀로 간직하지 않는 사람.
그녀의 조용한 쪽지들은 석준의 설교보다 더 깊이, 더 부드럽게 신앙의 뿌리를 흘러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