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체 사랑 -3부

석준의 사역

by 일도

제14면체 火天大有 (화천대유)


‘대유(大有)’ ‘큰 소유’를 의미하며 많은 것을 품고 이끄는 존재, 곧 ‘큰 사람’을 상징한다.


메릴랜드의 한 한인교회. 담임목사는 남아메리카 선교에 깊이 헌신하고 있었다. 몇 달씩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았고, 이제는 교인들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다. 그 빈자리를 지키는 이는 부목사 석준이었다.


석준은 예배 후 사무실로 돌아와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멀리 볼리비아 산간 지역에서 봉사 중일 담임목사를 떠올리며, 그가 처음 남미 선교 이야기를 들려주던 날이 생각났다.


“처음 그 땅을 밟았을 땐 놀라웠어요. 말 그대로 다문화 대륙이더군요. 스페인계, 원주민, 흑인, 아시아계까지… 도시 바깥의 삶은 너무나 거칠고 열악했지요.”


목사는 그곳에서 만난 소년의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한쪽 다리를 절던 열세 살 아이. 공부는커녕 매일 물을 길어 나르다 다친 다리를 끌며 시장을 돌던 아이.


“그 눈동자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복음은 그들에게 ‘말’이 아니라 ‘손’이어야 했습니다. 교육과 의료, 먹을 것… 그게 먼저였어요.”


석준은 가만히 중얼거렸다. “가톨릭은 오래전부터 뿌리를 내렸고… 복음주의 교단은 이제야 뒤따라 가고 있죠.”


실제로 미국의 복음주의 교회들은 최근 몇십 년 사이 남미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복음을 전하는 동시에, 학교를 짓고 병원을 열고, 생계와 의료를 책임지는 사역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있었다.


담임목사도 바로 그 길을 걷고 있었다. 세 곳의 교회를 개척했고, 현지 청년들을 미국 신학교에 초청해 공부까지 돕고 있었다.


석준은 그런 담임목사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자신도 언젠가는 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문득 생각해 보았다.


주일 예배를 마친 뒤, 한 교인이 조심스럽게 석준에게 물었다.

“부목사님, 목사님은 언제 돌아오시나요?”

석준은 조용히 웃으며 답했다.

“이번엔 브라질이 아니라 볼리비아 쪽으로 가셨습니다. 일정이 좀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아이고… 또 몇 달 못 뵙겠네요.”

“네, 대신 기도 많이 부탁드립니다. 이번에는 원주민 마을에 교회를 하나 더 세우실 예정입니다.”


담임목사 역시 이 흐름 속에 있었다. 그는 남미에 세 개의 교회를 개척하고, 현지 지도자를 세우는 데 힘을 쏟았다. 때로는 헌신적인 청년들을 메릴랜드로 초청해 신학교에 입학시키고,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까지 알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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