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감시 실무자가 정리해보는 실질적 판단 기준
인과성 평가는 약물감시(PV) 업무에서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절차입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늘 “애매하다”는 말이 따라붙습니다.
기저질환, 병용약물, 허가사항 여부, 시간적 관계 등
다양한 요인이 얽힌 상황에서 정확한 평가를 내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냥 평가 곤란으로 넘기자...”
처음 실무에 들어온 이들이 자주 듣게 되는 말입니다.
하지만 평가를 피하는 순간, PV 시스템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인과성 평가는 '정답'을 내리는 과정이 아니라,
"충분한 논리와 근거로 납득 가능한 결론"을 내는 작업입니다.
WHO-UMC에서는 인과성 평가를 6단계로 분류합니다.
‘확실함’, ‘상당히 확실함’, ‘가능함’, ‘가능성 적음’, ‘평가 곤란’, ‘평가 불가’가 그것입니다.
실무에서는 주로 “가능함(Possible)”과 “가능성 적음(Unlikely)” 사이에서 고민이 많은데요,
이 구분이 바로 실무자의 판단력과 근거 확보 역량을 드러내는 지점입니다.
평가할 때는 단순히 증상 유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시간적 관계입니다.
약물 투여 후 이상사례가 얼마나 빠르게 나타났는지, 시기적 근접성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둘째, 허가사항 여부입니다.
해당 이상사례가 허가사항에 명시돼 있다면, 기본적으로 약물과의 관련성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셋째, 기저질환 여부입니다.
기저질환만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면, 인과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단, "기저질환 때문인 것 같다"는 판단에는 반드시 진단명, 검사결과 등 구체적 근거가 필요합니다.
넷째, 병용약물 영향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같이 복용 중인 약물 중 동일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약이 있다면,
그 자체로도 인과 가능성이 인정되며, 이 경우에도 '가능함'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투약 중단 후 회복 여부입니다.
약물을 중단하고 이상사례가 호전되었다면 인과성이 높게 평가됩니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 “판단 어려움”이라고만 적는 것과
“시간적 관계는 있으나 병용약물 영향이 더 높아 가능성 적음으로 판단함”이라고 서술하는 것의
차이는 분명 존재합니다.
보고 기준은 정해져 있지만, 그 내용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사람의 논리력과 실무 감각이
결국 평가의 품질을 좌우하게 됩니다.
인과성 평가는 늘 애매하고 복잡합니다.
그러나 그 애매함을 피할수록, 약물감시 체계는 약해집니다.
실무자가 갖는 ‘근거 기반 설명’의 습관이야말로,
회사의 PV 시스템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입니다.
**글쓴이 소개**
국내 제약사에서 약물감시 실무를 맡고 있는 PV 담당자입니다.
임상 PV부터 시판 후 안전관리까지, 실무 현장에서 느끼는 혼란과 통찰을 바탕으로
제약 관계자와 PV 실무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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