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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미 Apr 22. 2022

젊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비평가

난 네게 반했어

“엄마 드디어 글 발행 눌렀다. 읽어줘 봐”


한 주간 끙끙거리며 써 내려간 첫 글을 드디어 딸아이에게 보여줬다.


“어때? 읽을만해? 상처 안 받아. 솔직하게 말해. 잘 썼다는 말은 기대도 안 해.


말이야 그렇게 했어도 내심 잘 썼다고 해주면 기분 좋을 것 같았다.


“음~~  괜찮은데 ~좋아!~특히 이 부분, 근데 앞쪽 서론 부분이 길고 너무 산만해.”    

 

“엄마~ 어젯밤에 한숨도 못 잤다.”     


퇴고를 몇 번이나 했는지 세어보진 않았지만, 열 번도 더 한 것 같고, 뼈를 갈아 넣은 것 같다고, 그냥 가볍게 하는데도 정리할수록 정리할 것 투성이고, 조급해지면서 입이 쩍쩍 마르더라고 주저리주저리.


완성된 글을 새벽이 되도록 보고 또 보고, 고치고 또 고치고, 덜어내고 덜어냈다고, 발행하는 순간까지 잠이 오지 않아서 결국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고, 브런치를 열어 작가들의 글을 밤새 읽어봤다고, 늘어놓았다.


그렇게 간밤에 잠을 한숨도 못 잔 일과 소용돌이치며 내 정신을 각성시키던,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참 신나게 하고 있을 때였다.  

       

“엄마!! 이거 무게가 어떻게 될까?”


잠옷 차림에 부스스한 얼굴로 밥을 먹다 말고 딸아이가 힐끗 나를 쳐다보며 태연하게 입을 열였다. 식탁 한편에 놓였던 휴대용 미니 그라인더를 한 손에 들고 뜬금없이.

    

“그건 왜?”

“아니~ 그러니까 대충 무게가 어느 정도 될 거 같아?”

“그야 모르지이~ 왜?”

“이거 하루 종일 들고 다니면 무거울까?”


'뭐야 지금' 슬슬 짜증이 올라오려 한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내 얘긴 듣다 말고 엉뚱한 질문을 하니, 누가 지 엉덩이 뚱뚱한 거 몰라줄까 봐 저러나~ 나~참!  삐죽거리며 조금 부은 얼굴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야 ~~ 당연한 거 아니냐!? 당연히 무엇이 됐든 하루 종일 손에 들고 다니면 무겁지이~ 휴대폰인들 안 무거울까.

“그지? 그렇겠지? 엄마의 걱정이라는 게 그런 거야. 그러니까 탁 내려놔!”    


파아아~~~~ 아하~ 난 숨이 탁 트이는 말을 할 줄 아는 네게, 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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