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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미 Jun 20. 2022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의외성, 그놈의 의외성

 


 정문정 작가의 책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에 레서 판다 이야기가 나온다. 레서 판다가 생긴 건 순하고 귀여운데, 성격이 공격적이고 사람을 싫어하특징을 ‘의외성’이라는 말로 풀어 이야기했다. 사랑에 빠질 때 그 의외성에 빠진다고 말이다.      



 여기서 '의외성' 은 외모와 행동에서 보이는 귀여움의 이면에 있는 절대로 애완용으론 키울 수 없는 과격성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한 과격한 성격은 잘 모르면 흔한 것 중 하나일 뿐이지만, 알게 되면 그 대상은 유일한 하나가 된다고 했다.



 만약 격하게 동의하는 사람이 있다면 복 받은 사람인 듯하다. 단점도 장점과 사랑으로 승화시켜 주는 멋진 사람을 만났거나, 자신도 그렇게 하면서 알콩달콩 잘 사는 사람이니, 행운아가 분명하다.    



의외성(意外性)
명사
생각이나 기대, 예상과 전혀 다른 성질.

  


  그저 평범한 무리 중에 섞여 의미 없는 하나였던 사람에게서 어떠한 사건이나 요소로 인해 매력을 느낄 때, 우리는 사랑에 빠진다. 그때부터 그(녀)를 볼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눈을 뗄 수 없게 된다. 모든 순간이 늘어난 테이프처럼 재생 속도가 느려질 뿐 아니라 초콜릿이 입안에서 녹아들었을 때의 그 살짝 흥분한 상태에 이른다.   

  


Photo by chris panas on Unsplash




 연애라 말할 수 있는 만남을 가진 시기는 대학 1학년 때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만남을 가졌지만, 그 시기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선명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들은 분명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라는 사람의 ‘의외성’을 발견했기에 눈에서 하트를 발사한 것 같다. 



 그들은 지루한 봄날의 일상, 잔잔한 호수에 그림을 그리는 돌멩이처럼 톡톡 튀었던 나의 의외성에 빠졌다. 보통의 여자들은 하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라고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렇게 사랑에 빠진 남자와는 오래가지 못했다.



 의외성이라는 매력에 쉽게 반하고 또 그놈의 의외성 때문에 쉬이 끝나 버린 것이다. 그놈의 의외성이란 그림자라고나 할까? 우리에게 있던 단점을 말한다. 나에게는 레서 판다처럼 흉포한 특별히 예민함과 까칠함이 있었다.



 반면, 오래 만났던 사람들은 그 의외성에 끌린 사람이 아니었다. 전혀 매력을 느끼지 않았던 건 아니겠지만, 그 의외성 때문에 연애가 시작된 게 아니니까. 만나면서도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고, 상대도 딱히 해줄 말이 없어 ‘예뻐!, 매력 있어!’라고 했지만, 여전히 못나게 굴어도 그것이 우리가 만나고 헤어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었던 거다.    



 우리는 젊고 다듬어지지 않아 거칠고 투박했기에, 쉽게 연애가 끝난 사람과는 인연이 아니었을 게다. 상대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반응하게 되기도 하니 만났을 때 상승하는 사람이 있고, 만나면 에너지 낭비만 될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있어서다.   

  


Photo by Ivan Kazlouskij on Unsplash




  의외성을 발견한다는 것은 언뜻 좋아 보이지만, 양날의 검과 같다. 불은 따뜻하고 매혹적인 오묘한 빛을 내지만 너무 가까이 가면 데이고, 설득을 잘하면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사기꾼이 될 확률도 높아진다. 인기란 팬덤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안티도 형성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고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는데. 우리는 성스럽고 자비한 무한의 신이 아닐뿐더러 단점은 꼭꼭 숨어있어 평상시엔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마치 장미처럼 매력적인 향과 뚜렷한 빛깔, 아름다움으로 넘치지만, 날카로운 가시로 상대를 찌르는 인간이다. 오래 사랑해도 알기는커녕 모르겠고, 모르다 보니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전과 같지 않다. 딱!! 패주고 싶은 수준이랄까?

    


  

매력에 너무 끌리지 마라. 나쁜 남녀는 매력 있고, 의외성이 넘쳐난다. 



 뭘 해서 먹고 사는지 감이 안 와야 그 인간이 온전한 인간이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일관된 모습을 연기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멋지고 공감이 간다. 뾰족한 내 모습에 나조차 실망했을 땐 살짝 위로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흉포하고 뾰족한 캐릭터엔 채찍이 따라오든지 정을 맞을 뿐이다.

    


  물론 알고 있다. 작가는 위로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랑스럽지만 흉포한 레서판다를 보면서 단점 많은 우리도 여전히 사랑스럽다고 그러니 타인의 기대에 맞추어 그에 맞는 모습만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우리는 한 차원 높은 입체적 존재니 존재 자체로 빛난다고 말이다.

   


 단점까지 사랑하고 싶고, 의외성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들리지 않는 말이고,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에겐 인기 없는 말이지만 어쩌겠는가. 의외성은 사랑에 빠지게 하는 요소는 분명하지만 지속시켜줄지는 의문이다.



 사랑은 지속하는 게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쉽게 사랑에 빠지지만, 무책임해지거나 상처를 준다. 사랑하지만 상처를 줄 뿐이다.  사랑스러운데 흉포한 그 모습 그대로는 하나님만 받아주신다. 사람에겐 안 통한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고, 대충 감이 와야 괜찮은 인간이다.



Photo by Jack Blueberr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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