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글에서 여러번 썼듯이 저는 웹소설 작가입니다. 히트작은 없고 제일 잘 팔린 게 70만 뷰 정도 되는 하꼬작가지만 어쨌든 전자출판 ISBN 넘버 10여 개를 부여받았으니 작가 맞긴 합니다.
다만, 생업은 따로 있죠.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은 아니었고 그냥 평범하게 회사 취직해 평범하게 대학전공대로 하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가족들을 먹여살리는 직업이 있긴 있습니다. 아마 10년 안에 퇴직하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회사원으로 돈 법니다.
회사원으로 버는 돈이 몇십 배 더 많긴 하지만. 소설은 진짜 취미로 쓰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본질'을 묻는다면. 회사원으로서의 내 모습과 소설 작가로서의 내 모습 중 어느 쪽이 '본질'에 가까우느냐고 묻는다면...
작가 쪽이 제가 원하는 모습이긴 합니다. 기본적으로 백수 성향이 강하고 놀고먹으며 상상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소설 쓰면서 머릿속으로 하나의 세상을 창조해 낸다는 게 엄청 행복하기도 하거든요.
물론 제대로 된 작가라면 '돈'을 벌어야 합니다. Show me the Money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이죠. 돈을 못 버는 작가는 취미활동하는 아마추어일 뿐 직업으로 작가라는 소개를 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꾸준히 소설로 돈 벌려는 시도를 하긴 했습니다. 가장 쉽고 간단하며 제 내면의 소시오패스 성향에 맞는 상업적 시도가 바로 '19금'이었죠;; 작정하고 19금 달리면 (하루 2시간만 써도) 월 50~100만원은 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영원히 19금으로 달릴 수는 없습니다. 웹소설 작가가 진짜 소설로 돈 벌겠다면 19금을 버려야 합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19금 소설도 하루 8시간 이상 투자하면서 많이 쓰면 어찌어찌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이 되긴 합니다만, [시장의 크기]가 문제입니다. 19금 웹소설 시장은 규모가 너무 작아요. 웹툰, 애니, 영상 등 대체재에 비해 직관성이 확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구요.
(우리나라에서는 warning.or.kr.로 막아 놨지만... 10분만 검색하면 우회 가능합니다. 국제적이고 글로벌한 영상이 넘쳐나는데 눈 아프게 스마트폰으로 글자 보고 있을 이유가 딱히 없죠;;)
저도 19금 쓰는 와중에 '전체관람가 소설'을 염두에 두고 있긴 했습니다. 19금 시장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올리면 전체관람가 소설 시장에 발을 들여 보겠다, 뭐 그런 로망(?)을 갖고 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2023년 10월 경에 갑자기 기회가 왔습니다. 어느 매니지먼트 사업자로부터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할 수 있게 해 줄 테니 전체관람가 소설 써 보세요.]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나름 열심히 준비했죠. 회사 다니면서 하루 1편 쓰는 게 쉽지 않지만 얼추 석 달 만에 140화 분량을 준비했습니다. 그런 후 2월에 140화까지 원고를 넘겼고 우선 '원스토리'에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폭망 엔딩.
폭망한 것 자체는 딱히 문제되지 않습니다. 예전에 썼던 작품들도 상업적으로 성공한 것보다는 실패한 게 훨씬 더 많거든요. '시간당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면 기준선을 넘는 작품은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총 조회수 1만 뷰를 기준으로 해도 미달되는 작품이 꽤 되구요.
문제는... 이 폭망의 큰 원인이 매니지먼트 사업자 측 실수라는 겁니다.
카카오페이지에 업로드 된 게 4월이었는데, 당시 140화 분량 중 26화 및 108화 부분에서 '제목만 있고 내용은 하나도 없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1편 당 100원 결제해야 하는 독자님 입장에서는 돈 내고 제목 5~6글자 읽는 걸로 끝인 셈이죠...
제가 독자라도 열받을 것 같습니다. 100원이 아니라 1원이라도 헛되이 날아가면 열받는데, 기껏 돈 내고 결제한 소설에 제목만 딸랑 기재되어 있으면 하루종일 기분나쁠 것 같습니다.
당연히 초기 조회수가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웹소설에서 초기에 독자 유입하는 게 무척 중요하고 그 초기 유입을 위해 140화를 한 번에 올린 건데 완전 폭망했습니다.
게다가... 이 문제를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매니지먼트 측은 아예 신경도 안 쓰고 있었고, 작가인 저 자신도 3개월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제 소설을 직접 결제해서 보고 있었다면 금방 알았겠죠. 하지만 저는 제 소설을 결제해서 보진 않습니다. 처음에 원스토리에 업로드 되고 카카오페이지 쪽은 좀 늦게 올라가면서 카카페 쪽 업로드 현황은 아예 모르고 있었구요.
뭐 경과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제 소설은 완전 망했습니다. 뒤늦게 제가 사태를 알아차리고 매니지먼트 측을 다그쳐서 26화 및 108화 내용누락분을 채워넣긴 했습니다만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였죠.
업로드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에는 아예 '한 회차가 통째로 누락'되는 일이 계속 발생했습니다. 제 기억에 원스토리 / 카카오페이지 회차누락 보완 요청을 한 게 7~8번은 되는 것 같네요.
그나마 2024년 12월 즈음에는 회차누락 보완 요청을 해도 씹혔습니다;; 아마 매니지먼트 측에서는 '돈 안 되는 소설에 신경 쓰기 싫다!'는 걸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그냥 제 메일을 씹어버리는 걸로 대응했던 것 같아요. 이딴 짓을 하면서 뭘 매니지먼트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러했습니다.
이 꼴을 당하면서도 꾸역꾸역 453화까지 써서 결국 완결은 했습니다. 중간에 회차누락된 상태긴 하지만 아마 원스토리 쪽에는 453화까지 올라갈 것 같네요. 회차누락된 작품을 어느 독자 분이 읽어 주실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 자신은 완결했습니다.
완결하고 돌이켜봐도 기분 더럽네요. 1년 넘게 시간과 노력을 들였던 작품이 이렇게 쓰레기 취급받고 매니지먼트 측은 아예 메일 자체를 씹어 버리는 상황, 참 기분 더럽습니다.
제 원래 현실직업이 기업법무 쪽이라 그런지... '확 손해배상청구 질러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악의적인 채무불이행에 대해서도 위자료 청구 가능하니 실손해에 더해 정신피해까지 주장하면 100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도 들구요.
뭐... 100만원 받으려고 소송 할 바엔 안 하는 게 낫습니다. 소송기일에 출석하려면 연차 내고 가야 하고 기일도 3~4번은 거쳐야 하는데, 그 연차로 그냥 쉬는 게 낫죠. 제 현실직업의 연차수당은 꽤 비싸기도 하구요.
기분이 더럽긴 하지만. 이런 매니지먼트 따위는 즈려밟아 주고 싶긴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계약 해지되면 하꼬작가만 손해인 것을.
살다 보면 기분나쁜 일도 당하고 또 기분좋은 일도 생깁니다. 인생사 새옹지마. 고진감래 흥진비래.
솔로몬인지 다윗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지혜로운 왕이 반지에 새겼다는 문구 '이 또한 지나가리라(Et hoc transibit. 에트 혹 트란지비트)'. 이걸 읊조리면서 가볍게 넘겨야겠죠.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듯이 내일이 되면 또 다른 소설을 쓰고 있을 테고, 그 소설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또다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야 합니다.
저는 내일도 글을 쓸 것입니다. 오늘 영세 매니지먼트 사업자에게 굴욕당한 건 가뿐히 흘려버리고 또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할 것입니다.
그것이 제 본질이니까요.
소설에 대한 글이지만 현실 이야기 쪽에 올립니다. 이 또한 현실의 기억으로 지나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