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 남극대륙과 뮤대륙
남극. Antarctica. The Antarctic.
며칠 전에 저희 둘째아이가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데, '7개의 대륙 중에 남극대륙은 너무 추워서 운동선수가 살지 않고 그래서 올림픽 경기를 할 수 없다.'는 구절이 나왔습니다. 매우 당연한 얘기긴 한데... 나름 50줄에 (하꼬)소설가 하고 있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대륙판이 이동하면서 남극대륙판이 저 멀리 남극지방까지 떠내려가기 전에는 나름 온대~열대기후였던 시절도 있었다 카더라.
- 몇천만년 후에 남극대륙이 또 움직여서 대충 냉대~온대기후 정도까지 올라오면 거기도 사람 살 만 할 것 같다 카더라.
- 그 때가 되면 남극대륙에서 올림픽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등등 (현실에서 아무 쓰잘데기없는) 잡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한 가지 뜬금포 주장과 연결되었습니다. '뮤대륙' 주장입니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었다는 (과거 몇몇 사람들이 그렇게 주장했다는) 환상의 대륙 뮤(Mu). 뮤 대륙은 일본 남쪽부터 하와이를 지나 동쪽의 이스터 섬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대륙으로, 지구의 다른 지방이 돌도끼 들고 우가우가 하고 있을 때 이미 '비행정'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판타지 대륙입니다.
물론 뮤 대륙이 실재(實在)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일단 이 정도로 거대한 대륙이 있다가 갑자기 태평양 아래로 가라앉았다면 그 충격으로 일어난 쓰나미가 어마무시했을 것이고, 고생대 페름기 대멸종 못지않은 재난이 전 지구를 뒤덮었을 겁니다. 노아의 방주 급 대홍수를 이어붙인다면 조금 더 논쟁을 이어 갈 수도 있겠지만 현실의 저는 그렇게까지 음모론을 좋아하진 않아요.
다만, 판타지 작가로서는 좀 다르죠. 현실적으로 믿진 않지만 소설 소재를 얻기 위해 이것저것 찾아보는 건 좋아합니다. 현실과 소설을 구분하지 못하고 '소설에서 미성년자들한테 야한 짓 하면 현실에서 따라하는 사람 생긴다구욧 빼애애액!'을 외치는 사람들이라면 뮤대륙 급 음모론도 읽히면 안 되겠지만 저는 그 정도로 막장은 아니에요. 일단은 그러합니다.
자, 서론은 이 정도로 끝내고. 본론 넘어가겠습니다.
2. 본론
(1) 뮤 대륙 관련 이론(음모론) : 남극대륙도 일부 연관되어 있습니다
일단 뮤 대륙 이론(음모론)을 좀 찾아보니... 어어, 남극대륙과 연결짓는 사람도 있네요? 지구 인류가 80억 명이나 되다 보니 헛소리 하는 사람도 많긴 많은가 봅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것일 수도 있구요.
남극대륙과 뮤대륙을 연결짓는 사람들 중 일부는
1) 남극대륙은 뮤대륙을 이루는 구성부분 중 하나였다.
2) 현재의 인도 준대륙,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마다가스카르 섬 및 몇몇 잡다한 섬들이 모여 뮤대륙을 구성하고 있었다.
3) 뮤대륙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면서 '매우 급격한 대륙판+해양판 이동'이 일어났고, 인도 준대륙 /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 남극대륙은 불과 몇십년~몇백년 만에 현재의 위치로 이동해 버렸다.
4) 그 때 어마무시한 쓰나미가 발생했고 화산폭발 및 지진도 장난없었으며 그 강대한 에너지로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증발하여 몇 년 동안 계속 쏟아졌는데, 그게 바로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당시 대홍수'고 이 대홍수의 기록은 전 세계 민족들에게 공통으로 발견된다.
는 이론을 전개하는 것 같습니다. 이걸 이론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하네요.
뭐, 이걸 증명할 만한 명확한 증거는 없는 듯 합니다. 남극대륙에서 온대~아열대 기후 시절의 동식물 화석은 나왔다고 하지만 그건 대략 1700만년 전 신생대 시절의 화석들이고, 뮤대륙 이론 쪽에서 주장하는 '1만~2만년 전 비행정을 띄울 수 있었던 고도의 인간 문명'에 관한 증거는 없었나 봅니다. 피라미드 비슷하게 인공적인 스멜(Smell)을 뿜뿜 뿜어내는 산(山)이 있다고는 하는데 제가 남극 가서 본 건 아니니 잘 모르겠어요;;
또한, 대륙판+해양판의 이동을 다루는 '판 구조론'을 되새겨 보더라도 거대한 지각판이 불과 몇십년~몇백년 만에 수천~수만km를 이동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구 지각판 아래의 멘틀(Mantle)이 무슨 물 끓듯이 보글보글 끓는 것도 아니고 '젤리 상태의 암석이 천천히 대류하는 수준'인데 지각판들을 고속열차처럼 이동시킬 수는 없겠죠.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러다 다 죽어]였을 겁니다.
그리고 이 이론(음모론)을 주장하는 분들 중 일부는 '몇 분 만에 남극대륙이 지금의 위치까지 이동했다!'는 무리한 주장까지 하시는 것 같아요.
아니 이건 너무 나갔잖아요. 태평양에서 남극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도 10시간은 걸릴 텐데 그걸 몇 분 만에 어떻게 갑니까? 거대한 대륙 지각판이 그 정도 속도로 움직였다면 지구에 직경 수십km짜리 운석이 수백개 내려꽂히는 수준의 충격이 가해졌을 겁니다. 이러면 진짜 다 죽어요.
몇 분 만에 거대한 대륙 지각판이 남극까지 이동하는 건 무리무리무리. 적어도 우리 현세인류가 알고 있는 물리법칙 내에서는 절대 무리.
그렇긴 한데...
재밌는 설정이긴 합니다. 남극대륙이 다시 태평양 한가운데로 돌아가 '뮤대륙'으로 재가동되고 따뜻한 아열대 기후를 즐기며 풍부한 자원을 마음껏 활용한다, 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영토가 코딱지만한 나라들에게는 더더욱 좋겠죠. 남극대륙의 총 면적이 미국보다 1.35배 넓고 이 큰 땅을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러시아 중국 미국 등등 땅덩어리 큰 나라들과 맞짱 뜰 수 있을 것 같잖아요.
여기에 '뮤대륙의 첨단 과학기술'까지 더해진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남극대륙의 얼음 아래에 잠자고 있던 최첨단 기술이 고스란히 최강 무기로 전환되어 핵폭탄 정도는 가뿐하게 제거하고 항공모함도 한방에 쪼개 버릴 수 있다면 아주 좋겠죠.
물론 다 좋을 수는 없습니다. 뮤대륙의 첨단 과학기술은 공짜가 아니겠죠. 이걸 이용했다가는 사라진 고대인들의 따뜻한(?) 복수를 맞이하게 될 겁니다.
자, 시나리오 전개해 보겠습니다. 저기 위에 언급한 '몇 분 만에 거대한 대륙 지각판이 남극까지 이동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제 나름대로 (아무 근거 없는) 판타지 이론을 덧붙여 보겠습니다.
(2) 소설 시나리오
1) 이제부터 남극대륙은 제 겁니다. 다 꺼지세요.
대략 2040년 정도? 조금 더 미래일 수도 있고.
한 과학자가 남극대륙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름은 '과학자'지만 과학자라기보다는 싸이코패스에 가깝다. 소위 말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다.
이 과학자는 혼자 온 게 아니다. 그를 추종하는 수천 명의 무리와 함께 왔다. 그것도... 모두 완전무장 상태다. 총은 기본. 유탄발사기와 박격포는 옵션. 장갑차와 경전차는 보너스.
남극대륙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은 이런 전투집단에 맞설 수 없다. 몇몇 기지에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하여 권총 / 사냥총 등 살상병기가 준비되어 있긴 하지만, 장갑차와 경전차로 밀어붙이는 전문군인들에게 당해내는 건 불가능하다. 연구원 전원 끔살 or 도망.
당연히 전 세계 정부가 강하게 반발한다. 모든 인류가 평화롭게(?) 공동으로 이용해야 할 마지막 미개척지 남극대륙에 왠 미친넘이 나타나서 '이제부터 남극대륙은 제 겁니다.'를 시전하면 당연히 반발해야지.
미국, 중국, 러시아, EU 등 초강대국이 적극적으로 군사행동을 준비한다. 핵폭탄을 날리면 '참 쉽죠?'로 빨리 끝나겠지만 남극대륙의 두꺼운 얼음이 박살날 경우 초대형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 때문에 핵을 쏘지는 못한다. 대신 항공모함을 비롯한 각종 최신 무기들을 투입하려 한다.
투입하기만 하면 쉽게 이길 것이다. 투입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남극이 뒈지게 춥다]는 문제.
매드 사이언티스트와 그 추종자들은 남극 전투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고, 총기류 및 장갑차와 경전차에 방한시설을 해 놨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무기에는 그런 조치가 안 되어 있다. 중간보급기지도 없다.
선진국들의 군사행동이 늦어지게 된다. 물론 남극의 추위에도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무기를 개조하면 되겠지만, 그 개조 작업에 몇 달이 걸린다.
이 몇 달이면 충분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그 매드(mad)한 계획을 실행시키기에는 아주 차고넘치게 충분한 시간이었다.
2) 평행차원 연동 : 단숨에 태평양으로
매드 사이언티스트와 그 추종자들은 남극대륙 곳곳에 대형 파일(Pile)을 박는다. 무슨 남극대륙의 혈(穴)을 끊으려고 박는 건 아니고.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오랫동안 연구해 온 '평행차원 연동'을 실현하려는 것이었다.
(* 제 작품 시나리오 중 '평행차원'을 우려먹는 게 많긴 한데... MCU에서도 주구장창 우려먹는 설정이니 제가 조금 더 우려먹어도 상관없겠죠^^)
평행차원은 서로 유사하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또한 평행차원 자체가 무한에 가까운 수준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조금 가까운 평행차원에서는 '평행차원의 유사성'이 매우 크게 나타나지만 약간 멀어진 평행차원에서는 꽤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무한 평행차원 속 '지구'도 마찬가지다. 핵전쟁으로 멸망해 버린 지구가 있는 반면, 인간이 환경오염을 극복하고 그 숫자를 적절히 조절하여 쾌적한 환경을 누리는 지구도 있으며, 지구 자체는 환경오염으로 박살났지만 인간들이 달-화성-금성으로 영역을 넓히고 지하로 숨어 사는 지구도 있을 수 있다. 무한히 많은 평행차원에서는 어떤 형태의 지구든 다 가능하다.
[판 구조론]도 마찬가지다. 손등에 물방울 하나를 떨어뜨렸을 때 이게 엄지로 흘러내릴지 / 새끼손가락 쪽으로 흘러내릴지 바로 결정할 수 없고 그때그때 미세한 차이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처럼, 여러 대륙판과 해양판이 맨틀 위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과정에서 사소한 차이로 인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즉, 무한의 평행차원 중 어느 지구에서는 "남극대륙 판이 아열대 기후 지점에 위치하고 / '태평양 판'이라 불리는 거대한 해양판이 남극 위치에 가 있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각판의 위치가 다른 지구는 '기준점 지구'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이다. 무수히 많은 평행차원 지구 중에서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한 평행차원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구'와 '기준점 지구'를 연결한 뒤 '평행차원의 유사성'을 작동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가까운 평행지구 간에는 '평행차원의 유사성'이 매우 강하게 작용한다. 가끔 무한 평행차원은 그 내부의 유사성을 유지하기 위해 물리법칙을 무시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평행지구 간에 '유사성'을 작동시킬 수 있다면. 평행차원의 규칙을 살짝 비틀어 거리가 먼 평행지구를 '유사성'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물리법칙을 무시할 수 있다. 뛰어넘을 수 있다. 남극대륙을 단숨에 아열대 지방으로 옮길 수 있고, 태평양 판을 단숨에 남극으로 보내 버릴 수 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그냥 매드(mad)가 아니었다. 겁나 똑똑해서 미친 거였다.
이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평행차원에서 거리가 꽤 먼 지구와 기준점 지구 간 유사성 연결'을 시도한다. 그러자...
크구구구! 슈우우웅!
남극대륙 전체가 부웅 떠올라 태평양 한가운데 아열대 지역을 향해 날아간다. 오세아니아 지각판도 남극대륙을 따라 움직이고,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그 인근 지역의 지각판은 인도양 쪽으로 확 밀려난다. 그리고 태평양 지각판은 남극지방을 향해 초고속으로 이동한다.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대변동이 일어났다. 물론 모든 물리법칙을 다 무시하는 건 아니고. '바닷물 중 일부'는 물리법칙대로 움직인다. 지구 입장에서 '바닷물 중 일부'지만 인간 입장에서는 아니라는 게 문제일 뿐.
쏴아아아!!
무시무시한 쓰나미가 전 세계 해안을 덮친다. 태평양 주변의 국가들은 몇백미터 높이의 해일에 휩쓸려 초토화되고, 대서양과 인도양도 미칠 듯이 넘실거린다.
뭐, 매드 사이언티스트 입장에서 각 나라의 해안이 초토화되는 건 아몰랑. 사람 수억 명 죽는 것도 아몰랑.
남극대륙이 아열대 지방으로 왔다는 게 중요하다. 그 두꺼운 얼음이 순식간에 다 녹고 비옥한 토양이 드러났으며 사람이 살기 좋은 기후가 갖춰졌다는 게 중요하다.
미국보다 1.35배 더 넓은 거대한 대륙이 온대~아열대 기후를 뙇 차지했다. 이제부터 남극대륙은 세상에서 가장 생산성이 좋은 땅이다.
더 이상 안탁티카(Antarctica)라 부르지 말도록. 여기는 이제 뮤(Mu)대륙이다.
3) 이대로 끝내면 안 되겠지?
사람 수억 명을 죽이고 남극대륙을 '현실의 뮤대륙'으로 바꿔 버린 미치광이 과학자와 그 추종자들.
당연히 전세계는 이 새로운 대륙에 전쟁을 선포한다. 당장은 모든 해안가 도시들이 초토화되어 해군을 운용할 수 없으니 일단은 핵폭탄 히밤쾅... 을 하려고 했는데...
우우우웅!
산 모양 자체가 너무 인공적이라는 거대한 바위산. 이 산은 정말로 피라미드(Pyramid)였다. 다른 평행차원의 뮤대륙을 강제로 연동시키면서 그 평행차원의 뮤대륙이 보유한 과학기술까지 '평행차원의 유사성'으로 끌려 왔고, 피라미드를 닮은 산 속에 미래 과학기술이 구현되어 버린 것이다.
파바방!
다른 지역이 석기시대일 때 이미 비행정을 만들었다는 뮤대륙의 전설은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 기준점 지구의 역사가 아니었을 뿐, 무한에 가깝게 전개된 평행차원 지구 중에서는 그 전설이 실제로 역사였다.
그 뮤대륙은 강했다. 다른 지역이 석기시대부터 AI시대까지 발전하는 동안 뮤대륙은 더 발전했고, 소형 자폭드론 수만개를 전 세계에 흩뿌려 핵미사일을 저격해 버리는 건 '참 쉽죠?'였다.
전 인류는 Endgame 상태다. 우린 끝났어. 가망이 없다.
물론 가망이 없다고 GG치면 안 된다. 반전을 노리고 마지막 기회를 포착해야지.
평행차원의 유사성. 이거 생각보다 무서운 거다.
다른 차원의 뮤대륙이 어마무시하게 강해 '내가 제일 젤나가'를 시전했다 하더라도, 그들 또한 결국에는 망했다. 뮤대륙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들이 어떤 식으로든 망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뮤대륙이 망하게 된 원인을 알아내고 평행차원의 유사성으로 재가공해야 한다. 그리고 그 유사성을 역으로 이 차원에 끌어들여야 한다.
Endgame은 'No hope'가 아니다. 종반전일 뿐이다. 대역전 가능한 종반전.
마지막 반격의 기회를 찾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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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을 어떤 식으로 이어갈지는 집필하면서 생각해 봐야겠죠. 일단은 시나리오만 쓰고 접어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