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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가 하도급 때문이라고? Dog Sound네요 (상)

정치인들의 헛소리 따위 넣어둬 넣어둬

by 테서스

1. 서론


자주 그러하듯 과격한 제목 뽑았습니다. Dog Sound.


현직 대통령이 저 소리 C부렸다고? 그래봐야 Dog Sound 인 건 변하지 않습니다. 니가 대통령인데 뭐 어쩔티비. 개소리 C부렸으면 개소리라고 지적받아야지.


어디나 그렇듯이, 진단이 잘못되면 원인 규명이 안 되고 문제 해결은 못한 채 배가 산으로 갑니다. 그걸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는 아부쟁이들이 무슨 정치인 관료랍시고 모가지에 힘 주고 있으면 그 모가지 꺾어버려야 합니다. 그게 제대로 된 나라죠.


수 차례 밝혔듯이, 저는 건설회사에서 법무업무를 하면서 나름 잔뼈가 굵은 사람입니다. 중간에 고시생(을 가장한 게임백수) 공백 3년을 빼면 총 17년 경력이고, 그 중 방송법무 4년을 제외하면 건설법무만 13년 했어요. 공백 및 타 사업법무 경력까지 다 합산해서 시작 시점 ~ 현재 시점 계산하면 20년이네요.


이렇게 대충 건설법무 20년 경력으로 말하건대!


건설현장 안전사고의 원인은 하도급과 무관합니다. 이건 [일용직 근로자의 안전 숙련도]가 가장 큰 원인이에요. 업무숙련도 말고 안전숙련도를 따로 분리해서 그걸 강화해야 해결되는 문제인 겁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잣까세요. 잣이 없으면 다른 걸 까세요.


하도급 문제? 어디 헛다리 짚고 개소립니까. 건설현장에서 굴러먹는 똥개도 그딴 헛소리 안 합니다.


정부 초반에 뭔가 보여준답시고 나대나대 나대는 건 누가 하든 다 마찬가지니 그러려니 하는데, 근본 원인이 뭔지도 모르고 아무말대잔치 벌이고 있으면 까여야겠죠. 노가다 곤조를 기반으로 약간의 법률지식과 산재사고 처리지식을 더해 읊어 보겠습니다.


(1) 건설현장 산재 사고의 역사(?)

(2) 대한민국 건설현장의 안전숙련도가 낮은 이유

(3) 안전숙련도를 높이겠다고 진행한 뻘짓

(4) 지금이라도 제대로 하려면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

(5) 국가가 개입하기 싫어? 그럼 계속 죽어나가는 수 밖에

(6) 최소한 방향이라도 잡으려면 '돈'을 틀어쥐어라


정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2. 본론


(1) 건설현장 산재 사고의 역사(?)


역사(!)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긴 하네요. 인류의 건설업 역사는 대략 6000년 전 '피라미드'를 넘어서서 1만3천년 전 '괴베클리 테페'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고고학 발견 정도에 따라서는 2만년 전까지 올라갈 수도 있는데 그러면 당연히 산재 사고의 역사도 함께 올라가겠죠. 영국의 스톤헨지, 한반도의 남방고인돌 등에서도 산재 사고가 있었을 겁니다.


뭐 그렇게까지 갈 건 아니고. 21세기 세계 최강 국가로서 여러 가지 면에서 표준(Standard)이 되고 있는 천조국 미국(엄웨리커)의 산재 사고를 살포시 살펴보도록 합시다.


미국에는 '금문교'라는 다리가 있습니다. 이름은 Golden Bridge인데 실제 사진을 보면 시뻘겋게 칠해 놨어요. 뻘건 다리를 왜 금(도금) 다리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합니다.


전에 (IPTV를 코드컷팅하기 전에) 미국 쪽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대략 이 금문교를 만들 때 산재 사고로 노동자가 많이 죽었다고 합니다. 무려 50명 이상 죽었다고 하네요.


즉, 현재 세계 최강 국가로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천조국 엄웨리커에서도 20세기 초반 공사 때에는 사람이 픽픽 죽어 나갔던 셈입니다. 다리 하나 짓는데 50명이 죽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물론 20세기 후반의 헬조선은 더했습니다. 다리 지을 때에는 사람이 별로 안 죽었겠지만 대신 다리가 무너져서 수십 명이 죽었죠. 백화점이 무너졌을 때에는 수백명이 죽었구요. 그 자리에 아파트 지었는데 거기 살던 사람이 내란 뻘짓거리 하다가 감옥에서 또 뻘짓거리 하는 건 안 비밀.



아무튼, 미국도 20세기 초중반까지는 건설업 산재가 많았습니다. 이걸 고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겠죠. 그 과정에서 건설업 전체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을 것이구요.


현재 미국에서는 못 하나 박을 때에도 안전모+보호경 착용 후 진행한다고 합니다. 고공작업시 안전고리 체결하고 안전끈을 매는 것은 기본이구요. 안전 관련 매뉴얼이 잘 되어 있고 이걸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게 몸에 배여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건설 산재 비율이 너무 높아서 비극적이라구욧 빼애애액!'을 외치는 정치인들이 넘쳐나는 이 헬조선은 안전규정이 미비할까요? 안전규정이 없어서 산재가 많이 나는 걸까요?


천만에. 그럴 리 없잖아요.


안전규정만 따지면 우리나라도 미국 못지않습니다. 규정대로만 되면 우리나라도 건설현장에 산재 안 나요. 미국 못지않게 산재율 낮출 수 있습니다. 규정대로만 되면.



여기서 1차원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안전규정을 안 지키잖아욧 빼애애액!'을 시전할 겁니다. 딱 헬조선 정치인 수준이 거기까지죠. 광우뻥 선동하던 때의 밑바닥 능지 그대롭니다.


회사에서, 특히 종합건설회사에서 안전규정을 안 지킬 리 없습니다. 어디 6군 이하 (도급순위 500위 이하) 건설업체면 모르겠지만 최소한 1~2군에 속하는 종건에서 안전규정을 안 지키는 곳은 없어요.


그런데 왜 사고가 날까요? 왜 이 사고를 못 막을까요?


제목에 '역사'라고 써 놓고 다른 얘기를 길게 했는데, 챕터 바꿔서 서술하겠습니다.



(2) 대한민국 건설현장의 안전숙련도가 낮은 이유


앞서 말했듯이, 대한민국의 안전규정은 절대 약하지 않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따위 헛짓거리를 하기 전에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이 탄탄한 안전규정을 만들고 있었고 이 안전규정대로 정기점검하면서 건설사에 행정조치 팍팍 날려 주고 있었어요. 1~2군 급 종건에서는 안전규정 준수하는 걸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행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현장 노동자'에게 안 먹힙니다. 직접 건설현장에서 공구리치고 철근묶고 도배하고 미장하고 용접하는 진또배기 현장노동자 - 소위 '일용직 노가다'들이 안전규정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일용직 노가다를 폄하하는 게 아니에요. 현실이 그렇습니다. 현실 따위 아몰랑 10선비 질알할거야 모든 책임은 회사가 지라구욧 빼애애액! 을 시전하고 싶은 분들이 무슨 염병 발광을 하든말든 현실이 그래요. 그 현실이 싫으면 니들이 와서 노가다 관리하던가.


특히, 노가다 중 산재 위험이 큰 사람들은 '조공'(옛날 말로는 '시다'. 내가 니 시다바리가!)들입니다. 건설현장 경험이 짧고 몸 쓰는 일에 익숙하지 않으며 당장 돈이 필요해서 일용직 노가다 뛰는 사람들이 산재 사고에 더욱 더 취약합니다.


또한, 경험이 풍부한 숙련 노동자 중에도 안전규정에 둔감한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노가다 짬밥 30년인데 평생 별 문제 없었어 어디 아는척이야 나 고공작업 베테랑이야!" 라는 사람들이 은근 많습니다. 그러다 훅 가면 뭐... 가는 거죠.



즉, 우리 나라 건설현장은 '안전 숙련도'가 낮습니다. 현장에서 작업하는 일용직 노가다들이 안전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아침에 TBM하고 안전장구 점검 다 하고 안전관리자가 정기적으로 현장 돌아다니지만 결국 '각 노동자 개인'이 미국 수준으로 신경써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미쿡 국민들은 너무 소듕해서 못 하나 박을 때에도 안전모+보호경 착용하는데 헬조선 현장노가다는 대충 TBM 흘려듣고 노가다 짬밥으로 일하는 이유가 뭘까요?



1차원적 사고방식으로 대충 선동질만 하는 작자들은 '덩치 큰 대형건설사에서 모두 채용하고 안전교육 철저히 하면 되잖아욧 빼애애액!'을 시전합니다. 지금 헬조선 정치인들이 하는 짓거리가 딱 이 수준에 머물러 있죠. 광우뻥 선동 때 미쿡사료 문제삼으면서 그 미쿡사료를 한우(그들이 물고빨고 난리치던 그 한우)도 그대로 먹는다는 사실은 들은 척도 안 하던 수준으로 여전히 정치인이랍시고 설치는 겁니다.


대형건설사에서 채용 안하는 거 아닙니다. 하도급 못 줄 상황이면 다 직영으로 운영해요. 노가다 인력 전부 대형건설사 이름으로 근로계약하는 경우가 꽤 많고, 하도급을 줄 때에도 실적 탄탄한 전문건설사에게 맡깁니다. 근로계약만 보면 훌륭해요.


근로계약이 '일용계약직'일 뿐.



그럼 또 1차원적 사고밖에 못 하는 밑바닥 능지꾼들은 '덩치 큰 대형건설사에서 모두 정규직 채용하면 되잖아욧 일용계약직을 없애세욧 빼애애액!'을 시전할 겁니다. 아직 정치권에서 이런 주장까지 나오고 있진 않지만 정치인들이 이런 헛소리 하기 시작하면 그 나라는 '넌 이미 망해 있다.' 수준이겠죠. 일반제조업과 도급건설업 구분도 못 하는 멍청이들이 정치인이랍시고 나대나대 나대는 나라가 잘 될 리 없잖아요?



건설업은 근본적으로 수주산업이고 '공사가 있을 때'에 일을 하는 업종입니다. 건설업 종사자들이 1년 365일 연속빵으로 일을 할 수가 없어요. 특히 요즘처럼 건설경기가 저점으로 떨어지고 공사물량이 없을 때에는 더더욱 일감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회사가 모든 일용직 노가다를 정규직으로 채용해라? 그럼 인건비로 망합니다. 단언컨대, 국내 10대 건설사 전부가 2년 안에 망할 거예요. 아예 미리 법인청산해서 현재 갖고 있는 현금 뿜빠이로 나눈 다음에 다른 산업에 투자하는 게 더 낫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 뻘짓을 안 해도 건설회사 상당수가 크게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직접 회사이름 거론하면 '롯데건설'은 오늘내일 하고 있어요. 대우건설은 법정관리 여러 번 갔다왔죠. 그 외 50위권 내의 건설회사 중에서 법정관리 다녀오고 주인 바뀐 회사는 숱하게 많습니다. 멀쩡했던 회사를 세는 게 더 빨라요.



건설회사는 일용직 노가다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해 줄 여유가 없습니다. 그럴 돈이 없어요. 이건 확실합니다.


그러면 또 1차원적 사고방식을 가진 밑바닥 능지꾼들이 '아니 건설사 돈 잘 벌 때 수십조 벌어놓고 그 돈 다 어디 날려먹었나구욧 빼애애액!'을 시전할 겁니다. 건설공사의 자금 조달 과정을 전혀 모르고 그걸 확인해 볼 능지도 안 되는 주제에 빼애액거리만 하면 어디 하늘에서 돈 떨어지는 줄 아는 것 같은데 그런 능지수준으로는 경제생활 하기 힘들 겁니다.


뭐, 짧게 요약하면 '건설공사가 잘 됐을 때의 수익은 여러 회사가 분배'합니다.


전에 '건설법무 가이드북'에서 잠깐 썼었는데, 상당수 건설공사는 '돈 없는 애들이 금융권에서 돈 빌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브릿지론으로 시작해서 본 PF를 거치고 돈 빌려준 금융회사가 이자+투자수익을 가장 먼저 가져가죠. 보증 성격으로 들어오는 신탁사들도 이자 이상의 수익을 가져가구요. 처음에 사업 시작한 '돈 없는 애들'이 시행수익 명목으로 또 가져갑니다.


그리고, 아파트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를 팔아먹으려면 '홍보'를 잘 해야 합니다. 정책도 홍보가 중요하다고 떠들었던 모 대통령이 있듯이 아파트도 홍보가 중요해요. 미디어 광고는 기본. 분양매니저들의 탁월한 말빨(이라고 쓰고 실제로는 준 사기 급)은 거들 뿐. 완판되면 분양대행사 사장님은 2~3억원짜리 외제차 타고 두집살림 세집살림 차리는 해피엔딩(?). 응?


결국 이렇게 다른 사업주체가 가져갈 거 가져가면 '순수한 시공이익'은 10~15% 수준이에요. 그것도 사업이 매우 잘 되어서 (아파트 기준으로) 분양완판되었을 때 그렇다는 것이고, 건설경기가 꺾여서 미분양 쌓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집니다. 시행사가 빤쓰런 하고 분양대행사는 수수료 꿀꺽냠냠 아몰랑 시전하면 분양받은 서민들은 곡소리 납니다.


얘기가 길어젔는데, 결론적으로 건설사는 돈이 없어요. 처음부터 전체 분양수익의 일부분만 분배받았고 그것도 각 건설사 별로 배당하거나 / 투자하고 나면 매년 남는 돈은 얼마 안 됩니다. 일용직 노가다들에게 정규직 보장해 주는 헬피엔딩(...) 따위는 애당초 기대불가예요. 무리무리무리.



건설현장의 안전숙련도가 낮은 이유는 일용직 노가다가 많고 이들이 안전숙련도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인데, 이걸 개선하겠답시고 종합건설사 때려잡아 봐야 개선 안 됩니다. 일용직 노가다 계약을 종건사 이름으로 체결하는 정도로는 전혀 바뀌는 게 없고,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해서 일 없을 때도 인건비 들이라고 하면 '청산 자유의 원칙'에 따라 법인 청산할 겁니다. 그 전에 법정관리 갈 가능성도 높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Hell조선은 '대형건설사 때려잡으면 다 잘 된다구욧 빼애애액!' 따위의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여러 뻘짓을 시행해 왔습니다. 어떤 뻘짓을 했는지, 그 각각의 효과는 어떠했는지 살펴보려고 하는데...


좀 길어졌네요. 상중하 정도로 나눠서 가 보겠습니다.


커밍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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