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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Nov 08. 2023

[건설법무] M&A에서의 법무 역할 개관 (1)


1. 서론


우선, 한 가지 지적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이 브런치북의 총괄 제목은 [건설법무 가이드북]입니다. 이전에 쓴 글들도 주로 건설업 분야의 법률적 분쟁 및 계약검토에 관한 것이었구요.


그렇다면, ‘M&A에 관련된 글도 건설회사 M&A에 대해 쓰겠지?’ 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생각입니다.


그런데… (미리 밝힌다면) 이 글의 필자는 건설회사 M&A를 끝까지 진행해 본 적이 없습니다. 본격적인 절차 시작 전 예비 우선협상자 단계에서 일부 진행하다 중단한 적은 있지만, 건설회사 대상으로 인수 진행하여 계약서 쓰고 최종 잔금지급 완료 및 공정위 기업결합신고까지 완전히 다 진행해 본 경험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A’에 대해 얘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산업”에서 몇 건 경험해 봤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력서에 강조하는 항목 중 하나인데, 저는 직장생활 하면서 총 7건의 M&A를 진행해 봤습니다. 6건은 인수자 입장, 1건은 피인수자 입장. 피인수자 입장에서 M&A에 대응하면 상당히 힘듭니다… 게다가 그 인수가 최종 실패로 끝나면 더더욱 힘들어집니다…


저 [피인수 실패]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저 사건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하고도 일부 연관되는 얘기라서 상당히 길어질 것 같네요. 아마 본 ‘건설법무 가이드북’이 아닌 다른 브런치북 쪽에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는 인수 6건 + 피인수 1건의 M&A에서 법무담당 실무를 맡았었습니다. 인수 6건 중 5건은 ‘유선방송사 M&A’였고, 1건은 ‘레저시설 업체 인수’건이었습니다.


건설법무 주제에 유선방송사 M&A를 담당하다니. 참 특이한 현상이긴 한데, 저는 건설법무 하다가 중간에 유선방송사로 이직해서 ‘방송법무’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력서에 [건설과 방송이라는 완전히 이질적인 사업영역에서 각각 2년 조기진급을 해냈습니다.]라고 썼던 시절이죠.


뭐, 조기진급과 관련된 이야기도 따로 하겠습니다. 오늘의 쟁점은 ‘M&A’니까요.


앞 얘기가 길어졌는데, 일단 저는

1) ‘건설회사 M&A’를 끝까지 수행해 본 적은 없지만 예비 우선협상자 단계에서 맛보기 정도는 해 봤고

2) 지역 유선방송사 대상으로 몇백억원 단위 M&A를 5건 수행했으며

3) 레저시설 업체 M&A도 1건 수행해 봤고

4) 인수당하는 입장에서 M&A 실사 대응

도 해 봤습니다. 제 법무경력 중 상당 부분이 M&A와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죠.


이 경험을 최대한 요약해서 압축 서술해 보려 합니다. 물론 M&A 자체가 워낙 방대한 업무여서 요약압축 글 읽는 정도로는 큰 도움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약간은 도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정도는 가지셔도 될 것 같습니다^^.


진짜 서설이 너무 길었네요. 우선 목차부터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1) M&A 법무검토의 특징 : 거의 모든 것을 계약에 담아야 한다

(2) 예비단계 : 양해각서도 엄청 길어짐. 입찰 진행시 ‘보증금 몰취를 비롯한 입찰조건’에 유의

(3) 가치평가단계 : 법무의 주요 업무는 아니지만 알고 있어야 함. [업종별 특수성]에 유의

(4) 입찰/협의를 통한 본계약 : ‘진술보장’이 가장 중요하며, 여기서도 업종별 특수성에 대해 신경 많이 써야 함. 에스크로(Escrow) 혹은 예금질권 설정 등 담보 확보 방안도 유의

(5) 실사단계 : 진술보장사항 중심으로 피인수기업의 모든 서류를 훑어보는 작업. 회사 내 법무담당자의 역할 중요

(6) 기업결합신고 : ‘시장 획정’이 핵심. 변호사 있더라도 법무담당자가 내용 알아야 함.

(7) 후속조치 : 진술보장 위반 등이 발견되면 별도 쟁송 필요.


목차만 정리했는데도 내용 길어질 것 같네요. 중간중간에 (제가 언론보도로 본 사례 포함하여) 사례도 들면서 하나씩 설명해 가겠습니다.



2. 본론


(1) M&A 법무검토의 특징 : 거의 모든 것을 계약에 담아야 한다


M&A. Merger and Acquisition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영문으로는 ‘합병과 인수’인데, 한국말로 번역할 때에는 ‘인수합병’으로 씁니다. 순서가 바뀐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실무적으로 M&A계약 중 ‘주식인수 방식의 계약’을 ‘SPA’로 쓰기도 합니다. SPA는 더 간단한데… Sales and Purchase Agreement 입니다. 사고파는 계약, 즉 ‘매매계약’이죠.


매매계약. 이건 그냥 우리 일상생활의 기본입니다. 매일매일 물건 사면서 살잖아요. 그냥 동네 편의점만 가도 각 물건 별 매매계약이 여러 건 이루어집니다.


결국 M&A도 (특히 주식인수 방식에서는) 그냥 사고파는 계약입니다. 본질은 다를 게 없어요.


대신… 단위가 큽니다. 아주아주 큽니다. 본질은 천원짜리 우유 하나 사는 것과 동일하지만, 뒤에 0이 아주아주 많이 붙습니다.


본질은 그냥 매매계약인데 / 매우 큰 단위로 거래하는 매매계약.

인류 역사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오래된 거래방식인 동시에, 과거 인류는 경험하지 못했던 거액의 단위가 오가는 계약.

‘임의규정’이 대부분이고 당사자 간의 사적자치와 계약자유 원칙이 최대한으로 보장되는 기본계약인 동시에 한 건 계약의 단위가 천문학적으로 커지는 계약.


이러한 이유 때문에, M&A계약서가 매우매우 두꺼워집니다. 주식 쪼가리 몇 장, 회사 지분 몇 %를 사는 게 본질인데 그 이행 과정과 후속 절차에서 발생할 만한 몇백가지 경우의 수를 최대한 담아내면서 어마무시하게 두꺼워집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M&A가 활성화된 건 아무래도 IMF 이후였을 건데, 이 과정에서 ‘해외기업의 국내기업 인수’가 많았습니다. 당연히 미국 중심의 계약서 양식이 도입됐겠죠. 뻔한 산업 영역에서도 30페이지짜리 계약서 쓰는 꽁스뛰띠시옹 계열 국가의 계약서가 국내 M&A계약에 들어온 겁니다.


그 결과… M&A계약은 조오오오온나 방대해집니다. 독일법계 판덱텐 체계에서 법률 배운 사람들은 분량만 봐도 혈압 오를 만큼 방대해집니다. ‘아니 C발 법령에 다 정해 놨는데 뭐하러 이렇게 두꺼운 계약서를 만드나?’ 라는 생각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으음, 그런데 말입니다.


M&A에서 언급되는 주요 사항들은 법령에 다 정해 놓지 않았습니다. 물론 큰 틀에서 보면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등으로 퉁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만으로 다 커버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오가는 돈의 단위가 너무 큽니다. 거기에 더해 ‘회사의 미래가치’라는 당장 확정할 수 없는 영역까지 포괄해야 합니다. 모호한 일반규정만으로 해석하기에는 (추후 분쟁시) 너무 오래 걸리게 됩니다.


결국 M&A계약서 길게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기본 30페이지 ~ 많아지면 50페이지 이상 생각하고 가야 합니다. 계약서 한 번 읽어보는 데에도 하루 잡아야 하고, 구체적인 조항을 따지면서 수정안까지 만들려면 아주 그냥 머리 빠집니다.



다만, (법무담당자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M&A계약 표준안은 여기저기 많이 있습니다. 또한, 몇백억 단위의 기업인수를 진행할 때에는 대부분 외부 로펌에 자문을 맡기기 때문에, 기본적인 양식과 계약 틀은 자문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론, 회사 담당자가 내용 다 알고 따라가야겠죠. 직급과 권한에 따라서는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도 있구요. 외부자문은 어디까지나 (왼손이 거들듯이) ‘거들 뿐’입니다. 슛은 오른손으로 쏘는 것처럼, 최종 결정은 회사가 해야 합니다. 법무담당자는 그 결정에 맞는 정보와 1차 판단 근거를 제시해야 하구요.



이렇게 업무량이 방대해지기 때문에, M&A가 시작되면 대부분의 회사들은 TF (Task Force)를 구성합니다. 여기 들어가면 한동안 계속 야근해야 하고 주말근무도 많이 하게 되지만… 대신 M&A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어지간한 회사에서는) 진급/포상 등의 사후보상을 해 줍니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몇 달 뺑이치긴 하는데 잘 되면 자기 경력 쌓고 실력도 키우는 기회’가 되겠죠.

(물론 그 경력과 실력을 ‘이력서’에 잘 담아낸다면 ‘이직’에도 도움이 됩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회사 입장에서도 중요하고 / 법무담당자 입장에서도 성장 기회가 되는 M&A. 이 기회가 왔다면, 몇 달 고생할 생각 하고 기회 잡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어차피 직장생활이라는 게 한두번은 고생해야 하는 것이고, 기왕 고생한다면 ‘미래에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하는 게 최선이겠죠.


자, 슬슬 구체적인 얘기로 넘어가겠습니다.



(2) 예비단계 : 양해각서도 엄청 길어짐. 입찰 진행시 ‘보증금 몰취를 비롯한 입찰조건’에 유의


M&A는 본계약서도 엄청 길지만, 본계약 체결 전 상호 협의하거나 / 입찰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작성하는 서류들도 엄청 길어집니다. 본계약에 들어갈 만한 진술보장의 상당수가 양해각서 및 예비협약서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 상호 구속력 없이 양해각서만 주고받는 수준이라면 좀 길어도 상관없습니다. “~위반시 손해배상한다.”는 조항이 있을 수도 있고 이 손해배상이 “손해배상예정”이나 “위약벌”로 설정되어 있다면 주의해야 하는데, 그런 조건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손해배상 조건 없으면 “혜자(!)”죠;;


사기업 간에 개별적으로 인수 협의 할 때에는 대부분 손해배상예정이나 위약벌 조건을 걸지 않습니다. 매도인 측에서는 DART 등에 공개되었거나 회계법인이 검수한 정보 중심으로 대략적인 가격 알아볼 만한 자료만 제공하고, 매수예정자 측을 옭아맬 만한 손배예정/위약벌 조건을 내세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국책기관이 개입하여 정식 입찰을 거치는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지겠죠. 이 때에는 ‘입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일정 금액의 입찰보증금을 걸게 하고 / 문제 발생시 그 보증금을 몰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아마 잠재매수예정자의 숫자 등을 고려해서 그때그때 다른 것 같습니다. 산업은행 담당자가 잘 알겠지만 제가 거기까지 알아볼 수준은 아니라서… 언론보도 및 제 개인적인 경험 중심으로 정리하겠습니다.



(당연히 제가 경험한 건 아닙니다만) ‘현대건설 매각’ 건에서 입찰조건 위반 및 입찰보증금 몰취 문제가 대두된 적이 있었습니다. 상당히 큰 이슈였죠.


2020년 이후로는 삼성물산이 건설업계 1위지만, 2010년대 대부분은 현대건설이 1위였습니다. 당시 삼성물산이 (겉으로는 재건축 사업성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재드래곤 승계 문제로) 매출을 줄이고 있었고, 현대건설은 공격적으로 매출을 늘렸죠. ‘전통의 명가’답게 현대건설이 잘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대건설과 관련된 두 기업집단 간에 ‘정통성’을 앞세운 자존심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재계2위 현대자동차그룹, (당시 기준으로) 재계 20~30위권 왔다갔다하던 현대그룹. 두 기업집단이 ‘종가 자존심’을 드높이며 입찰에서 맞붙었습니다.


일단 입찰 결과는 현대그룹 승. 현대가의 며느리였고 대북사업을 주관했던 ‘현정은 회장’이 종가 자존심을 가져가는 듯 했습니다. 일단은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에서 가처분신청을 하면서 현대그룹 측 입찰조건 위반을 문제삼았습니다. 인수자금 조달 계획을 제출하는데 그 인수자금 지원할 금융사 중 해외금융사 정보를 허위로 기재해 자금력을 부풀렸다는 이유였죠.


세부적인 서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가처분이 인용되었습니다. 현대차그룹 측이 지적한 대로, 현대그룹 자금조달계획 상 해외금융사 정보가 허위기재되었다는 점이 입증되었었나 봅니다.


결국 1차 낙찰 결과는 취소되었고, 현대차그룹이 정식 낙찰자로 재선정되었습니다. 현대(現代) 신화의 출발점이자 종갓집인 현대건설은 그 가장 큰 후계자 현대차그룹으로 들어갔고, 지금도 잘 나갑니다.



이렇게 낙찰이 취소되는 것 말고, ‘예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단계’에서 입찰보증금 등 패널티가 없는 것을 이유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사례도 있습니다. 현대건설 못지않게 크고 짱짱한 건설사 ‘대우건설’ 사례죠.


당시 예비 우선협상대상자는 호반건설. 건설업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고 했지만 자금력을 살펴보면 호반건설은 절대 새우가 아니었습니다. 자금력 기준으로 (계열사 자금 모두 합칠 시) 당시 호반건설은 메갈로돈 급이었어요. 향유고래를 추격해서 사냥 가능한 정도의 자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매각주체였던 산업은행은 (그냥 까놓고 말해서) 똥줄이 타는 분위기였습니다. 금호산업이 먹었다가 다시 토해낸 대우건설을 어서 빨리 민간에 매각한 뒤 손 털고 싶어했죠.


산업은행은 서둘렀고, 예비 우선협상대상자에게 입찰보증금 등 담보장치 없이 기본 자료를 넘겨 줬습니다. 일정 수준의 실사도 허용했었죠.

그러나 결과는… 호반 측이 [나 안해]를 선언해 버렸습니다. 입찰보증금 같은 패널티 없음. 산업은행은 ‘나 완전히 새됐어’.


일단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호반건설 관련된 이야기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다른 글에서 좀 더 상세히 할 것 같네요.


다음 챕터에서는 ‘가치평가’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M&A의 핵심인 ‘가격’을 결정하는 업무인데, 법무 고유 업무는 아니지만 워낙 중요한 일이니 대략적으로 알고 있긴 해야 합니다. 제가 아는 선에서 읊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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