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vieretmars Jan 29. 2024

만 3세, 프랑스 학교에 가다

프랑스 남편과 결혼했을 땐 프랑스 교육이 어떤지에 대해 관심이 하나도 없었다. 독일에서 첫째를 가질 때만 해도 프랑스에 간다는 것은 먼 얘기 같았다. 첫째가 태어나고 코로나가 터지고 파리로 이사 간다고 했을 때 프랑스 교육에 대해서 찾기 시작했다. 확실한 정보가 별로 없었다. 프랑스 교육문화는 어떤지 육아는 어떤지 등 블로그며 인터넷이며 도움이 되는 것이 없었다. 시부모님께 물어보니 그제야 "프랑스에서 만 3세 되면 학교가"라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네? 뭐라고요?" 


처음에 프랑스에서는 만 3세면 학교 간 다는 소리를 들었을 땐 어린아이를 무슨 학교를 보내라고 생각했다. 아마 작년에 한국에서 의무교육 나이를 낮춘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나 느낌이랑 비슷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해볼수록 유치원을 의무 교육화 시키는 것이라고 보면 유치원을 보내는 대신 교육비가 절감된다는 것 밖에 다를 게 없었다. 요새 한국에서도 돌이면 부모들이 복직하고 아이 어린이집에 보내니 다를 게 없지 않은가? 다만 단점은 학교 방학들이 정해져 있고, 이 방학들이 생각보다 일찍 오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파리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아기였던 18개월 아이는 어느덧 만 3세 소년이 되었다. 키도 1미터가 넘고 자기 의사 표현도 확실해지고 감정도 솔직한 소년. 그래도 내 눈에는 아기인데 학교를 가야 한다. 


프랑스 학기는 매년 9월부터 시작한다. 어린이 집을 포함한 모든 기관들은 9월 입학을 기준으로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학기가 시작하는 9월이 되기 2개월 전, 학교장에게서 등교를 위한 안내문이 이메일로 도착했다. 언제 방학을 하는지, 어떻게 적응 기간을 가질지, 어떤 액티비티를 하게 될지, 등교할 때 가방에 뭘 들고 와야 하는지에 대해 말이다. 이걸 처음 읽었을 때 제일 충격적인 것은 정기적으로 아이의 머리에 "머릿니"를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하긴 한국에서도 팔십 년대 전유물이었던 머릿니가 2018년쯤 다시 유행했다고 하니. 


학교 적응은 다음과 같이 시행된다고 한다. 

- 첫째 날은 1시간 부모와 함께 (1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문서 작성할 게 많아서 그거 작성하고 다른 부모들하고 수다 떨다가 1시간이 지나갔다.) 

- 둘째 날은 1시간 부모 없이 (1시간은 짧아 밖에서 걸어 다니면서 기다렸다.) 

- 셋째 날은 수요일이라 휴교 

- 넷째 날은 오전 수업만 

- 다섯째 날은 오후 4시 반까지 풀 수업 


학교 가는 준비물은 어린이집 갈 때랑 비슷했다. 

- 벽에 걸 수 있는 가방 안에 옷 세트, 실내화, 가족 앨범, 물티슈 한 팩, 티슈 한 팩, 여권/신분증 사진 4장 


학교 가기 일주일 전 공립학교에서 큰 광장으로 모이라고 해서 온 식구가 출동했다. Ecole maternelle이라고 표시된 부스로 가니 우리 도시의 로고가 그려진 가방에 안전 조끼, 색연필, 스케치북 그리고 학년에 맞는 책 1권을 선물로 주웠다. 이런 걸 챙겨주는 걸 보니 한국처럼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게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학교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도 한다. 


"루이야, 9월부터 학교 (Ecole maternelle) 간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