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s fériés라는 국가 휴무일 이외에 vacances scolaires라는 학교 방학이 있다. 일 년에 평균 16주라는 방학이 있는 데 이는 한국처럼 한꺼번에 몰아 여름, 겨울 방학이라고 하고 쉬지 않는다. 프랑스도 한번 몰아서 쉬는 날이 있긴 한데 그것은 7-8월로 이 여름휴가기간이 길기에 보통 이맘때 부모들도 장기휴가를 써서 바캉스를 떠난다. 이 외에는 평균 두 달에 한번 2주간의 방학이 있다. 이건 학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등도 해당이 되는 휴가라서 기관에 보낸다고 마냥 좋을 게 아니다. 아이를 보내고 뭘 했다.. 하면 그 2주 방학이 꽤 생각보다 빨리 돌아온다. 하하.
이 기간에는 어떻게 시간을 때워야 하나?
- 시청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아이를 맡기는 방법
- 시에서 운영하는 학교 문화센터에 아이를 등록하는 방법
- 가정보육하는 방법 (부모 혹은 조부모)
- 누누 (유모)를 고용해서 아이를 맡기는 방법
으로 대부분의 부모들이 방학을 보낸다. 우리는 내가 일을 안 해서 집에서 보육하는 방법으로 어린이집 방학을 보냈다. 파리 16구에 살 때 보면 첫째 같은 반 아이들 대부분 부모는 누누를 고용해서 매일 생활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첫째와 밖에 나가면 같은 반 아이들 대부분은 누누하고 시장보고 놀이터에 있고 한다. 파리 외곽으로 나온 풍경은 조금 달랐다. 누누를 고용하는 부모는 10명 중 1명일까 말까 한다.
첫째의 첫 방학이 왔다. 10월 경쯤이었는 데 이때 친정 부모가 프랑스 새 집 구경하는 겸 방문을 해주셔서 같이 첫 휴가를 보냈다. 날씨가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고 아직 어린아이를 데리고 멀리 비행기를 타거나 기차를 타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아서 벨기에로 가기로 했다. 짧은 시간에 다 같이 갈 수 있는 곳이 어딜까 고민하다가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벨기에로 출발해서 4일 휴가를 보내고 돌아왔다.
브뤼셀은 생각보다 작았지만 나름 로맨틱했다. 생후 7개월 아이와 함께 늦은 저녁을 먹는 것이란 참 챌린지였긴 했지만 말이다. 브뤼셀에서 아이가 좋아했던 것은 만화박물관이랑 책방, 그리고 초콜릿 같은 디저트 종류가 많은 것이었다. 여행 갔다 올 때마다 책방에서 책을 사는 데 만화의 나라답게 정말 많은 책들이 즐비했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가게 되면 숙제를 해서 내야 한다. 유치원 레벨이라서 뭐가 없겠지 했는 데 방학 때 뭘 했는지 적어 가는 용지를 준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이번 방학에 뭘 했는지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붙이거나 티켓을 붙이는 등 얘기해 주세요.' 이땐 개학 전 날에 도착해서 사진도 못 뽑아서 티켓을 남편에게 주고 아이랑 프랑스어로 적으라고 했다. 다했다고 나보고 보라고 주는 데, 이것은..... 에세이가 아닌가. 남편에게 "하.. 이 나이또래 이게 뭐야...?"
이걸 들고 학교를 가는 데 걱정이 많이 됐다 (나중엔 괜한 걱정이긴 했긴 했지만..). 예상과 같이 아이들이 도착하면서 하나씩 숙제한 페이지를 보여준다. 내 앞에 도착한 첫째 친구 밀란은 장장 두 페이지 넘는 페이퍼에 사진이 가득한 것이 아닌가... '아.. 이를 어쩌냐.' 첫째는 그걸 보며 실망한 눈치였는 데 첫째 숙제를 펼치면서 약간 민망했다. 선생님의 눈이 바쁘게 그 글들을 속독하고 계신 게...
이 계기로 집에서 프린터를 할 수 있는 작은 코닥 프린터기를 아마존에서 구입했다. 다음부터는 방학 일기에 사진 많이 붙여주고 그림도 많이 그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