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치즈랑 버터를 싫어한다. 후각이랑 미각이 예민해서 멀리서 치즈냄새 버터냄새만 나도 좀 치워달라고 한다. 이게 뭐 대수냐고 하겠지만, 프랑스 학교에서는 점심과 4시 간식에는 꼭 요구르트, 포마쥬 블랑 (생치즈), 치즈 종류들을 먹인다. 실제적으로 이는 꽤나 중요한 식단 중 하나라 프랑스 소아과 의사를 만났을 때 유제품을 잘 먹는지 물어본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칼슘과 뼈 건강 때문이라고 한다. 우유보다는 치즈를 먹는 게 더 낫다고 하지만 우유 마시는 게 어디인가요?
여기서 잠깐, '우유에 대한 독일, 한국, 프랑스의 다른 견해'
한국은 생우유를 먹이라고 하고 저살균, 고살균, 멸균우유 등 차이가 없다고 우유를 먹이라고 한다. 하정훈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돌-두돌 까지는 생우유 하루 두잔 정도, 두돌 부터는 무지방 하루 두잔 정도가 좋다고 한다. 독일은 살균우유를 먹이라고 하는 데, 우리 독일 소아과 의사는 생우유 아무거나 다 괜찮다고 했고 우유 포함 유제품은 적당히만 먹으면 되지 음식을 잘 먹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프랑스는 좀 다른데 공식적으로 고살균 우유 아니면 croissance lait 라고 하여 3단계 분유를 만 3세까지 마시라고 한다. 이 둘 중에서도 분유를 마시라고 프랑스 소아과 의사가 추천했다. 이유는 고살균이 아닌 생우유를 마셨을 때 균 감염의 위험때문이라고 한다. 또 왜 굳이 고살균 우유 말고 분유?라고 물으면 영양소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이제 시어머니네 부모가 첫째 생우유 마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걸 이해했다.
하지만 결국 내 개인의 선택이다. 난 첫째는 하루 1-2잔 무지방 우유 한잔, 둘째는 앞으로 6개월 정도 croissance lait를 먹일 거지만 그 이후는 생우유를 먹일 예정이다.
다행이도 첫째는 치즈랑 버터만 빼면 거의 다 잘 먹는다. 이유식을 시작했을 때부터 최대한 다양한 식재료, 레시피, 향신료를 이용해서 요리를 해줘서 그런지 "학교에서 점심 잘 먹었어?"라고 물어보면 "오늘은 뭐, 뭐, 나왔는 데, 치즈 빼고 다 먹었어."라고 대답한다. 다른 애들은 다 잘 먹긴 해서 눈치가 보이는 것 같아 "그거도 먹어야지!"라고 강요하진 않는다.
학교를 보내고 몇 주 동안은 하교를 기다리는 동안 첫째 같은 반 아이들 부모와 수다를 떤다. 대부분 질문들은 다 비슷하다. "그래서 첫째는 학교 어떻대요?" "첫째는 밥 잘 먹어요?". 한 부모와 수다를 떨다가 알게 된 얘기인데 첫째와 같은 반인 여자아이 한 명은 학교에서 점심을 안 먹어서 11시 30분에 아이를 픽업해서 1시에 학교로 돌려보낸다고 했다. "어차피 학교에서 6유로 내고 먹는 밥이 뭐 얼마나 하겠어요?"라고 투정하면서 말이다.
6,97유로라고 해도 학교에서는 꽤 균형 있는 식단을 짜서 주는 것 같다. 물론 아이들이 싫어할 만한 채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긴 하다. 나도 가끔 '음.. 첫째가 진짜 이런 것들을 먹는다고?'라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으니깐 말이다. 프랑스 식단은 이렇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간 고기 종류, 글루텐, 채소, 유제품이 균형 있게 들어간 음식을 준다. 럭비나 월드컵 기간에는 다양한 문화의 요리가 예외적으로 제공되기도 한다. 그리고 금요일은 생선을 먹는다.
학교에서는 오후 4시쯤에 하교준비를 한다. 하교 준비를 하는 아이들은 옷 입고 가방 챙기고 하고 저녁 7시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아이들은 식당에 가서 간식을 먹는다. 이때 간식은 간식가방에 따로 싸서 준비를 해서 보통 집에서 준비해 오는 것 같다. 다행히 문화센터 다닐 때는 간식까지 해결해 주고 4시 30분에 나오기 때문에 감사했다.
집에서 싸 오는 간식에는 무엇이 들어있을 까? 파리에서나 여기에서나 무슨 간식을 가지고 오는지는 놀이터를 가면 볼 수 있다. 다들 4시 30분에 하교하고 옹기종기 놀이터에 모여서 먹는 데, 서둘러 집에 가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집에 가서 먹이고 싶은 데 첫째는 다른 애들과 같이 먹는 걸 좋아하니 놀이터에 앉아 먹게 된다. 난 프랑스 사람 아이면 굉장히 건강한 음식들로 간식을 먹일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진 않았다. 나에게 충격적인 장면들을 목격했는 데, 만 1-2세 지난 애들한테 팽오쇼콜라, 쿠키, 젤리, 사탕 같은 제품들 뛰어다니며 먹고 있는 것이다. 우유를 먹는 아이들도 있지만 극히 드물고 만 3세 이상인데도 젖병을 물고 있는 아이들을 종종 목격했다.
확실히 학교를 가고 나서부터 단 것들을 더 먹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문화센터 스테프가 마시멜로 하나 가져가라고 할 때 같은 반 아이가 젤리를 나눠 먹고 싶어 할 때 그걸 막을 수 없는 내향형 엄마지만 (거절했다고 슬퍼할 첫째의 모습이...), 밥 대신 간식으로 가끔 먹는 거니 그러려니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