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vieretmars Mar 11. 2024

프랑스 가정통신문을 받다

아이가 하교를 하면서 작은 문서 봉투를 들고 온다.


"이게 뭐야?" 하니, "선생님이 준거야."라고 한다. 그건 가정통신문이었다. Pochette de correspondance라고 통신 포켓이라는 것인데 우리나라로 보면 가정통신문이다. 우리나라도 가정통신문으로 학교 소식을 듣고 필요한 게 있으면 부모 동의서도 받아오고 하던 그 가정통신문.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가정통신문인데 이렇게 받으니 새삼스러웠다.


처음으로 받은 가정통신문에는 학교 안 크리스마스 데코를 하는 수업에 참여할 건지 여부였다. 처음으로 학부모가 참여하는 거라 나도 가고 싶었지만 남편에게 이건 꼭 가야 한다고 하고 참여한다고 답장을 써서 보냈다. 그래도 나보다는 남편이 가야 다른 부모님들과 선생님하고 얘기도 하면서 좋은 인상도 남기고 할 것 같아서 인데, 나도 이 두려움을 이겨야 한다. 이벤트가 끝나고 돌아온 남편에게 폭풍 같은 질문들을 했다. 아이는 어땠는지, 무슨 활동을 했는지, 등등. 남편 말론 학교에 부모가 안 온 아이들도 꽤 있는 데, 이런 아이들은 다른 부모들과 같이 활동을 했다고 한다.

두 번째로 받은 가정통신문에는 학교에 얼마를 기부할지에 대한 거였다. 프랑스에서 공립학교 학비는 무료이나 학교 이벤트, 운영 및 야외 활동 등의 학교 전체 관리를 위해 기부를 하는 것인데 온전히 개인 사정에 달려있는 것이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어느 학교는 매달 걷기도 하고 일 년에 몇 번 하기도 하는 데 첫째가 다니는 공립 마흐떼넬에서는 1년에 한 번 내는 거였다. 얼마를 낼까 하다가 50유로 수표를 넣어서 가정통신문을 아이 편으로 보냈다. 프랑스는 아직도 수표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 평균 20유로 정도를 내는 것 같다.


세 번째로 받은 가정통신문에서는 학교에서 사진을 찍는 여부에 대한 것이었다. 형제자매도 참여할 지에 대한 여부와 기본 사이즈 사진 말고 다른 부속품이나 다른 사이즈 사진들을 같이 주문할지 여부도 적어서 내야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에서 사진을 찍었던 걸로 기억하는 데, 이땐 단체사진만 찍고 개인사진은 졸업사진 때만 찍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프랑스에서는 여러 기관에서 사진을 찍어 준다. 첫째가 다닌 파리 어린이집에서도 찍었었는 데 그땐 어린이집 원장선생님이 너무 좋은 교육자 셔서 우리 가족들도 다 가서 사진을 찍으라며 기회를 주셨다. 이분은 차후에 둘째가 태어나고 첫째와 트러블이 있거나 힘들면 어린이집 소아 정신과 상담도 어레인지 해주겠다고 하실 만큼 첫째의 첫 선생님이셨다. 결과물은 약간 촌스럽지만 이게 프랑스 스타일이려니 하고 추억으로 남긴다. 물론 무료는 아니고 일정 금액을 내고 찍는데 스튜디오에서 찍는 것보다 저렴하다.

네 번째로 받은 최근의 가정통신문에는 2월이었다. 이날은 학교장이 직접 부모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프랑스 2월은 카니발의 날이다. 봄을 알리는 신호로 니스에서는 큰 축제가 열리는 데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코스튬을 입고 춤추고 노는 날이다. 1월 말부터 이 카니발을 위한 코스튬들을 팔기 시작한다. 자라, H&M 같은 곳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쁘렝땅 같은 백화점에 가도 아이들이 입는 코스튬들을 살 수 있다. 한국 마담들은 아이들을 한복 입혀서 보내기도 하는 데 나도 한 번은 아이들 한복 입혀서 보내고 싶다. 우리가 한국인이라서 생각해 볼 수 있고 입을 수 있는 것이라 의미 있지 않을까? 첫째는 이날 기사 옷을 입었다. 한창 기사 (chevalier)에 빠져 있을 때라 부모님이 오셨을 때 쁘렝땅에 가서 기사 옷을 선물로 주셨는 데, 마침 잘 됐다 하고 입었다.

카니발이 끝나고 온 아이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아이가 집에 오더니 코스튬을 빨리 벗고 싶어 하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친구가 내 코스튬이 이상하대"라는 것이다. "첫째야, 넌 너 코스튬이 어떤 것 같아?" 하니 "난 내 코스튬 좋아."라고 한다. "첫째야, 그럼 그거로 된 거야. 누가 뭐라고 하던 넌 네가 선택하고 네가 입은 게 좋으면 된 거야."


아이던 어른이던 남의 평가와 남의 말에 흔들리는 것은 다 똑같나 보다. 다음 가정 통신문을 받을 때면 아이의 학교 일 년도 끝나갈 것 같다.

이전 06화 겨울아 안녕, 질병 결석도 안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