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시내를 걸었다. 가는 길에 한국상품을 파는 가게가 보였다. 모차르트의 도시 답게 곳곳에 모차르트 그림이나 인형들이 눈에 띄였다. 오후6시가 되면 음식점과 술집 외에는 문을 닫는 바람에 7시에 나온 우리가 쇼핑을 할 곳은 없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상품들만 잠시 구경했다.
미라벨 정원에 가는 길목에 있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Hibiskus(무궁화)라고 하는 식당으로 갔다. 오스트리아의 한식이라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제육볶음도 맛이 있었지만 김치찌개는 한국에 갖다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고, 어디에 내 놓아도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를 맛이었다.
위장이 약해서 혹시라도 체해서 아플까봐 조금씩 먹으면서 버텼는데 김치찌개는 한뚝배기 다 비워냈다. 며칠만에 먹는 식사다운 식사였다. 위장이 달래지니 마음에도 위로가 찾아오고 평화가 임했다. 또 두 종업원이 멋진 한국 청년들이어서 반가웠고, 한국어로 편하게 인사하니 좋았다. 다른 분들이 짖궂게 애인이 있느냐? 유학하러 와서 아르바이트 하는 것이냐? 물어보니 애인은 없고, 취업으로 오트리아에 오게 됐다고 친절하게 답해 주었다.
우리나라 제품을 파는 가게
히비스커스_잘츠부르크의 한식당
김치찌개와 제육볶음_잘츠부르크 히비스커스 식당
무궁화식당에서 한식으로 위로를 받고, 미라벨궁으로 향했다. 저 멀리 호엔 잘츠부르크 성이 멋스럽게 보이는 곳이다. 미라벨 정원이란 이름은 '아름다운 전경'이란 뜻으로 처음부터 이렇게 불렸던 건 아니라고 한다. 1606년 대주교 볼프 디트리히가 그의 사랑했던 살로메 알트라는 여인을 위해 만든 정원으로 그 당시는 알테나우라고 불렀다고 한다. 대주교의 신분에 여인과 자식까지 두었다는 것이 비정상적이어서 후임자인 마르쿠스 시티쿠스가 회개하는 마음으로 미라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미라벨 정원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에서 주인공 마리아가 아이들과 함께 도레미송을 불렀던 곳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미라벨 정원_잘츠부르크
미라벨 정원-잘츠부르크
미라벨정원의 정돈된 아름다움, 마로니에 가로수의 풍성함, 분수와 어우러진 조각들, 정원 밖에 피어 있는 5월의 장미, 고운 해당화, 고목의 울창함에 배불렀다. 미라벨정원을 나와서 잘자흐강을 산책하기로 했다. 잘차흐 강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300km 떨어진 비엔나까지 연결되어 있어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산책로에는 분홍색 꽃과 푸르른 잎 무성한 마로니에 나무가 줄지어 있어 석양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었다.
강가에서 물수제비 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 나도 돌을 던져 보았다. 물수제비를 세 번까지 만드는 데 성공했는데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해서 그런지 팔이 뻐근했지만 오랜만에 신나는 경험이었다.
잘자흐 강_잘츠부르크
잘자흐 강에서 물수제비놀이를 했다.
잘차흐 강 석양_잘츠부르크
잘차흐 강을 산책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공원도 멋졌다. 골목에 Kiss & go 표지판이 있어서 과연 뜻이 무엇인지 추론하느라 의견이 분분했고, 상상의 나래를 펴느라 웃음꽃이 피었다. 나중에 호텔 직원을 통해 알게 된 것인데 그곳은 학교주변 골목이라 아이들을 태워다주는 차량으로 너무 복잡해서 인사로 키스만 하고 빨리 가라는 뜻이라고 한다. 공식적인 표지판은 아니고 이 지역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호텔 2층에 갤러리가 있었다. 잠시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오스트리아에서의 첫날밤이 그렇게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