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눈물이 가슴께에 걸려서 올라오지 못하는 감각이 오랜만에 찾아왔다.
그 수위가 심장의 밑바닥까지 그득 차올랐지만
이내 다시금 의연해지고 싶은 마음에 자신을 타이르고 가라앉히고 수몰시켰다.
그런 식으로 나는 신생의 감정들을 홀라당 까먹은 채 살고 있었다.
눈물이라는 것은 대체 뭘까?
슬퍼 떨군 고개.
행복감에 잠긴 비명.
감동받아 다문 입술.
놓지 않고 굳은 손아귀.
이것들 중 단 하나에 정답이 있어줄 거라 차마 단정 지을 수 없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평범한 답이란 것을, 당연시되는 개념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오늘도 내 안의 비닐백에 흩어진 감정 퍼즐들을 스스로 주워 담아 제 위치에 두려 애썼따.
이러나저러나 나에게서 떨어진 건 남이 주워주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참으로 다행이다.
오늘도 이 찰나를 어찌저찌 감지하여 담아내고야 말았따.
결국 끝에 가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는 이 감정들은
그 찰나일 때, 그때가 지나고 나서야 소중했었다고 느껴왔으니까
그런 짧은 순간이라도
지금의 난 전과 달리
조금이라도 나였던 것을 놓치기 싫어 붙잡아본다.
이렇게 수수한 글자만으로라도
내 일부였던 것들을 휘발시키기 싫어서일까?
우연찮게 내 눈앞에 벌어진 현실에 벙쪄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30 프레임조차 되지 않는 눈앞의 광경에
언제 흩어져도 이상할 것 없는 칠색빛의 빛깔무리들.
그 환상이 소중한 이의 웃음을 짓는 꿈이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조금씩 주위가 눈에 들어와 끝없이 눈을 굴리다 보니
그를 떠올리게 해주는 헝겊 한 조각이 내가 앉아있던 마룻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을 뿐
소중한 그는 온데간데 보이질 않았다.
그 헝겊을 응시해 봐도 도무지 그가 누구였는지 기억해내지 못해
멀디 멀은 기시감만을 느끼는 답답한 상황에서도
차가운 햇볕이 내 손을 감싸서일까?
드디어 조금 걸음을 뗄 수 있었다.
응어리를 털어냈는지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보는 법 없이.
가끔씩 이런 아지랑이스러운 허상을 이부자리에서 꾸곤 했다.
내 삶도 타인에게 있어 허상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기에.
가끔 거울의 나를 지그시 보다 보면
눈앞에 있는 존재가 불안정하게만 느껴진다.
내 얼굴과 내 생각이 다른 행동을 취하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물거울에 비친 건 100% 너라고 말하는 형태였지만
그런 거울에 찍히지 않는 나의 모습이, 그 파편이
이 존재 안에 갇혀 떠오르기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거울 속의 나를 나라고 인정하기엔 아직 덜 자란걸까?
꾸준한 독백은 실존의 증거다.
비록 이 추상들은 곧 꺼져갈 불꽃처럼 다신 볼 수 없겠지만
타인의 무의식에라도 줄곧 남아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