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무게감

너무나도 쉽게 찌르기에, 찔리게 되는 것이다.

by 휴사

지금이다.

입술 한쪽을 지그시 깨물고 상기된듯한 그 두 눈은 자신의 앞에 있는 상대의 약점에 초점을 맞춘다

생명줄이라도 되는 듯 귀히 쥔 손 안의 무기를 비스듬히 들고서 몇 발이 되었든 그저 당겨버린다.


무기의 반동이 본인에게 과분했던 것인지 번듯한 와이셔츠는 겉옷과의 대칭을 흐트러트리기에 이르렀으니

그의 생기가 돌다 만 피부와 그런 피부에 묻은 재와, 연기와

또 하나의 비현실의 표상인 은백색의 탄피까지 합쳐져 내 눈 하나에 모두 담겨있다.

튀는 것은 피? 기름? 유황? 어찌 되든 냄새나는 것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무기라는 욕구의 끝이 찌른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끝에 존재한 자의 몸속엔 무엇이 흐르기에 한 치도 망설이지 않았을까?

입 밖으로 내기조차 꺼려지는 감정의 발현은 어떤 무기보다도 차갑고 비정하게 그에게 박힐 것이다.

폭력이 순환하며 낳는 것들은 대체로 이런 결말을 맞이한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왜 이따금 사람이란 놈들은 타인에게 자신의 줏대를 관철시키려고 욕설의 바늘을 뿜어대는지 궁금해서

분노의 말로를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추상적으로 표현해 본 것이다.

쉽게 내뱉은 말들이 깊은 곳까지 켜켜하게 쌓여 악취를 내뿜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아와서

내 욕구불만을 조금 내려놓아야 한다고 되뇌었다.


내가 진심 어린 욕설을 내뱉는 때는 언제일까?

그것은 내 입장을 타인에게 표명시키고 싶어 견디지 못할 때이다.

이것은 이러저러해서 잘못됐어, 이 상황에서 이건 안될 거야.

대체적으로 이런 식이다. 너무 잔인하다. 자신의 것을 타인에게 주입시키려 하다니.

이제 누구의 피라도 보고 싶어지지 않았다. 내 말로 인해 내면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피라는 것이

생각보다도 무거운 결과를 초래하기에 나는 내 악의에서 비롯되는 불온한 미래가 두려워졌던 것이다.


타인의 피가 내 몸에 튀게 되면 그것이 곧 내가 흘린 피가 되는 것을 장황하게도 설명하려니 참 힘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