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친구들은 모두 어디로 떠났을까.

뒤틀리고 비틀리고. 그렇게 뼈가 자라났다.

by 휴사



"나는 머리에 피 마를 시기부터 지금에 오기까지

참 많은 것들을 저 너머로 보내주었다.

그 총량에 비견될 정도로 많은 것을 얻었는가 하면 역시나 이견을 내비치고 싶어 지지만

그렇다고 한들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굳어진 내 모습에 만족했다.

정확히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내 배다른 행복을 구성해 주었던 물건과 인물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난 그런 부류의 걱정이 하등 쓸 곳이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다시금 관심 어린 시선을 주고 싶어 졌다."


솔직히 나에겐 그들을 걱정할 건덕지도 없고. 이제와선 나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져 간섭조차 불가능하게 되어버린 소중했던 것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까.

마치 엄마와 아이를 유일하게 연결해 주어 생명의 동력이 되어주는 탯줄이

아이가 태어나고선 대게 뒷전의 쓰레기로서 버려지는 것처럼

나에게 피어났던 모든 행복의 형태가 어디로 발화되었는지, 왜 내 마음속에서까지 휘발되었는지 궁금하여

다시 거슬러 올라가 뒤늦게 주워보려 해도

그 자리에 타다 만 흔적들이 아득바득 남아있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결국은 이미 쓸려내려간 잔여물조차 찾지 못해 바둥거리다가

이윽고 잠에 드는지도 모르며 침대에 빠져들고야 말곤

다시 내일 눈을 뜨는 것을 반복하며 슴슴이 잊고 잊어서는 마침내 그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야 말 것이다.


그렇게 내 이불은, 솜털은, 친구는, 깃털은, 딱지는, 젊음은, 바람은, 건강은, 순수는, 궁핍은

그 길게 이어진 생을 마감했으며 생을 낳았기에

타고 남은 잿더미라도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느꼈다.


왜 사람은 이리도 유성 같은 걸지.

왜 마음은 이리도 밝게 빛나는지.

그 둘이 서로 연결됐다고 믿는 이 마음이기에

그 많던 친구들이 다들 어디로 떠났을지 한 시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