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이 튕기고 튕겨서

내게 부딪히고 튕겨나가는 물체, 언어, 웃음

by 휴사


내가 태어난 자리에 세계는 여기 있었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얇았지만 그런 만큼 빛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몸을 갖고 난 존재하기로 했어.

그만큼 수없이 금이 가봤고

그 틈 사이로 내 내부가 흘러나온 적도 있었고

누군가 그런 내 몸에 툭 기대준 적도 있어서 난 겨우겨우 깨지지 않을 수 있었어.


스스로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미숙아였지.

그런 내가 자랑스러워질 때까지 숨을 붙이고

굳세이 서고 싶어지는 마음을 조용히 키우며 걸었어.


그런 난 태생부터 감정의 전도율 하나만큼은 유별나 모두와 공명하는 법을 자연의 법칙인 것처럼 자연스레 익혔지.



형태를 막론한 음률, 서필, 추상이 맘 속 깊은 곳에 자신들만의 꽃을 피우는 것을 불편히 여기지 않았고 그들이 녹아내려 나와 하나가 되는 것을 감사히 여기게 됐어.

미시적인 감각은 내 얇은 마음이 키워줬고 비투과성 재질인 내 몸은 그들을 넘치고도 계속 담아주었지.

그렇게 나는 모든 울림이 손 끝에서 느껴지는 것을 즐기게 됐어.




이게 내 이야기야.

아마 여기서 그치지 않을 거라 생각해.


난 앞으로 어떻게 변모할까?

나와 닿은 것들은 누구와 닿을까?

이런 내 일부가 타인에게도 가치 있길 진심으로 원해.

그것뿐이어도 난 내가 존재할 이유를 충분히 얻게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