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볼 수 없어서 맘에 들었다.
세피아 색의 창이 눈앞에서 덜커덕댔다.
버스를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졸린 눈을 비비며 인지했다.
그 더러운 창 너머로 얽히고 얽힌
울창하고도 웅장한 시멘트 덩어리들의 외벽에 음울하고 축축한 석양이 걸쳐져
이산화탄소를 마구 내뿜고 있었다.
그곳의 바로 밑동에 우거져있는
사람들의 잔가지들 사이에서
죽어만 가는 내 발걸음에
아무도 눈을 돌려주지 않았다지만
나는 그럼에도 그저 세상에 이렇게 걸쳐있다가 빛을 잃은 나뭇잎처럼 떨어지고 싶지만은 않은 그런 하루였다.
모든 나뭇잎들이 줄기 하나하나가 다른 것처럼 우리의 모습도 이리 다양하니
그런 식의 추함과 유려함으로
갈래갈래 얼굴들을 만들어
저 세피아 너머로 빗발같이 지나가더라.
그래. 저 세피아 너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