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청함이 가끔 그리워질 때

갈수록 시원해지는 바람과는 반대로 한심해지는 나

by 휴사



뜬금없이 주위의 눅진함이 지긋지긋 해졌다.

나는 아직 청쾌한 공기를 떠올릴 수 있는가?


장소, 상황, 감정, 시간

모든 것들이 이상에 가깝게 교차하는 때에만 매번 있었던 내 몸을 핥는 시원함이 기억나는 나약한 자신을 내다버리고 싶어지는 오늘.



코로 들이마시는 행복이

대체 언제가 마지막이었나?

그래도 얼마 지나지 않았을 거라 그리 단정 짓고 싶지만

분명하게 지나오긴 했구나.

짧은 시간이 아니구나.

오만한 자신감이었다.

지금껏 생각 이상으로 나약했다.

강해져야 하는 것인가.


남들도 추구하는 가치에 내가 가까워져야 하는 것인가?

직시가 필요하다 느끼는 대목이다.

무엇이 좋고, 나쁜 것인지

그 기준점을 타인에 두고 무의식적으로 나도 그래야 한다고 마침표를 찍어왔던 보잘것없는 날들 이래

이제서야 인정했다.



나. 원래부터 이런 놈이었다.

자신을 이딴 식으로 대하면 내가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온

내 본연의 모습에 내가 들어맞는다는 것을 인정했을 때 기분이 한결 나아졌음을 느껴본다.

그래야만 비로소 내가 나로서 움직이는 의미가 생겨

자문을 품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곱씹다 보니

날카로운 에어컨인지 여름 한가운데의 그늘바람인지 모를

공기가, 그 바람이 문득 그리워졌다.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았던 과거의 안식처를

이제는 뒤로 하고 나아가야만 하는데도

그 바람이 문득 그리워질 때면 한 없이 추락하고야 만다.

오늘은 잠시 쉬어야만 할 것 같았다.

소파에 떨어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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