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6일
무조건 쓸려나갈 행복함의 잔상이 남는 날
12월 26일
두 눈이 깨질듯한 빛이 가득히도 찼던 하루로부터 한걸음 도망쳐왔다.
솔직히 말하면 12월의 25일이란 조금 지치게 되는 날임은 분명하다.
그야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행복에 가득 매이게 되는 그런 날이라 역으로 지치는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행복들이 때론 강요된 즐거움처럼 느껴져서이다.
특별한 날만 다가왔다 하면 거짓말같이 바뀌어버리는 사람들과 거리가 내게 아우성쳤다.
너도 행복하라고.
눈으로 꽉 찬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그 무구한 역사를 빛내며
오늘만큼은 일상에서 벗어나라고 나를 쓰다듬어주었다.
다행히 나는 그럴 때마다 행복감으로 충만해지는 편이었다.
주위의 미소들이 내게도 스며드는 걸로 보아 오늘은 기쁜 날이라 확신했으니
내 등 뒤에 곧게 감아진 태엽을 역방향으로 풀었다.
그러나 항상 행복한 시간에 뒤따르는 다음날의 황망함은 내가 언제나 크리스마스를 싫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그렇게도 행복했던 사람들은 이내 축축한 현실로 빨려 들어갔고
지나간 잡동사니들이 그득한 거리는 각종 찌든내가 작렬한다는 게 그 이유이다.
의문했다.
그 하루 사이에 불침범의 지대에 있던 사람들을
대체 무엇이 흩어놓은 것일까?
공중으로 두둥실 부유했던 도시가 서로를 상쇄시키는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치장했던 흔적을 남겨두고
매번 그런 식으로 본인과 함께 나까지 침몰시켰다.
아무리 내 인생의 모든 것들이 결국에 설정놀음과 별 다를 바 없다 하더라도
이렇게 잔악하게 쏟아 드는 감정만큼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남이 만든 세계와 개념의 굴레는 아주 견고했으며
이런 식으로 때론 극악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쉴 곳만을 찾아 떠도는 것인 거야?'
분명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나조차도 이런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 기대는 법이니까.
언제 끝맺을지 모르는 삶에 한줄기 눈을 빌미로 나를 덮어주니까.
그렇게 매번 소복이 쌓여 이미 가려진 사람의 마음조차
한층 더 깊게 가려주는 것이 12월 24일 이후에 내리는 눈이라고 생각한다.
빛나는 하루에서 멀찍이 벗어나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그런 눈들조차 찾아보기 힘들겠지만
더러운 곳을 피해 내리는 눈은 내년 이맘때쯤이 오면 똑같은 표정으로 내 주변에 내리겠지.
사람들은 찰나의 자유라 할지라도 그것은 온전한 자유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내맡긴다.
그러나 세상에 온전함은 없다.
시시각각 변하는 나날이 우리를 불완전에 빠트리니까 말이다.
자각하지 않으려고 바동거리지만
이제는 하룻밤 사이에 도시가 침몰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되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