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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너무 오랫동안 서랍에 버려두어 비릿한 향을 품은 사족.
by
휴사
Mar 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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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저 애새끼.
객관적인 시선에서 무심코 튀어나오는 말은 매정하고 무감정할수록 때론 핵심을 꿰뚫는다.
자신 스스로도 가끔씩 필요 이상으로
나만의 이상에만 둘러싸여 있을 때가 많다고 느낀 요즘
그런
모양새의 나를 거울을 통해서 볼 때면 견딜 수 없이 한심하여
항상 현실을 직시하라고 되뇐다.
그런 말이 지겨워질 때가 되면 무시할 수 없는 한 가지 의문점이 끝없이 피어났다.
예를 들어 우리의 주체를 이루는 현실에서 얻는
가치 중에서 어떤 것을 버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새삼스럽지만 내 주변에서 들리는 말들은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못할 게 없다고 하고 누구는 현실을 바라보라고도 하는
꼴만 봐도 그렇게 여기게 되기는 충분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이 하는 실수 중 하나인 자신의 경우에만 들어맞는 경험담을 마치 답안지처럼 타인에게 제시하는 행동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이다.
'선생님이 그랬는데 이렇게 하는 게 효과가 좋다네?'
'
야. 내가 믿을만한 사람한테 직접 들은 정보인데 이럴 땐 이게 맞다고 하더라.'
이젠 지겹다.
누군가의 의지만을 따라다니며 살다가는 결국 내게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아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누구의 것도 아닌 내 것의 인생을 쉽사리 낭비할 수는 없기에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다들 그렇게 힘쓰는 중인데 나는 아무리 조막만 하다지만 한 번뿐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대담함을 가진 적이 있었나?
당시의 기억을 지나 지금에 이르러도 그때와 하나 다른 것 없이 일단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고까지의 다짐을
하는데도 잠시라도 인지를 멈추는 순간 하고있는 행동은 반복된다.
이런 식으로 두서없고, 이유 없는 논리만으로
목적을 좇다 보면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불쾌감만 남을 뿐이었다.
역시 나란 놈. 모름지기 조금의 이유라도 있어야 움직인다는 사실을 상기하여야만 하는데
요람에서 차가운 길바닥까지 이러고 살다가 죽은 채로
끝일 것만
같아 다리가 덜덜 떨렸다.
모래알같이 작고, 부러진 연필심처럼 짧을 내 인생이 지면의 일부가 될 듯한 느낌이 서서히 몸을 감싸는 것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내가 오늘 움직이는 게 아니었나?
나는 적어도 내가 원하는 것이 이상적인 형태의
가상의
가치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 않나.
그저 누군가가 이것을 좋아해 줬으면.
그저 내 잠깐뿐인 심상이 어딘가로 그 의지가 이어질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나로 인해 미소 짓고 감명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되는 꿈만 꾸는 내일은 이제 질렸다.
누구나 손으로 쥘 수 없는 것을 쥐고 싶어 한다는 것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려 했지만
트로피, 메달, 자격증, 예술품, 현금, 묘비
같은 것들을 보고 있으면 친근감이 듦에 초연해지고야 말았다.
이렇듯 부여된 가치만이 존재하는 세상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가 만들었고. 그렇게 기반이 다져진 이 세상과 그 외곽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가상의 가치를 쫓더라도 아무도 욕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런 것들을 나 혼자만 갖고 있으면 쓸쓸하기밖에 더할까.
그 가치를 존재하게 해주는 타인에게서 멀어지고 싶으면서도 멀어질 수 없었다.
서로는 서로를 버리고선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라고 위의
자문들이 이렇듯 선명하게 말해주니까
당장에 이 지긋지긋한 일상 속에서 박차고 일어나 조금이라도 더 머리를 쥐어짜내고 싶어졌고
여기까지 글을 읽은 당신이 머리를 쥐어짜내는 이유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도 물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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