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스레드

주의사항: 고치로 변태 할 때 건드리지 마세요

by 휴사



내 운명은 무엇이 결정할까?


살아가길 정하지도 않았는데 새겨진 흔적들 심히 욱신거릴 때야말로

조금의 흉도 없었던 과거가 드문드문 떠올랐다.

어릴 적이라 부르는 까마득한 그날부터 마치 기름종이처럼 받아들인 참으로 강직하신 어른들의 선택들에

꾸덕하게 굳어간 딱지들이 곧. 내 운명을 결정지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느꼈다.

그 딱지들은 수정 불가능의 포트폴리오였다.

나만의 성격, 내가 행해오는 관습, 내가 선택하는 방식

그 모든 것들이 이미 어릴 적부터 굳어간 것들이니까.



그 거부할 수 없었던 인형놀음이 사랑이건, 욕심이건

어찌 됐든 누군가에겐 지금도 행하여지는 그 현실들이 지금도 어디에선가 자연스레 가해진다는 것은

남의 일이라도 문제라면 문제였다.



조그마한 아이에겐 곧 거대한 어른이 만물이다.

그들의 손길에 천지가 개벽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렇기에 인정받고 싶고, 내세우고 싶고, 살아남고 싶어서 아장거리는 것인데.

다 큰 개구리 분들은 올챙이 적을 기억하지 못하기에

바쁜 척, 힘든 척, 웃는 척하면서 그들을 남겨둔다.

그딴 식으로 해서는 어른도, 아이도, 연인도, 설령 쌍둥이라 할지라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결국은 내 사정이 아니기에 그렇게 대충 넘겨버린다

그러면서 자신의 과거 보듯 자신의 어릴 적 미숙함을 투영시켜 대한다.

말로 읊조리니 무슨 상황인가 싶은데 사실은 양육하며 벌어지는 흔한 케이스이다.



어찌 됐건 어른 개개인의 지극히 단일적인 기준으로만 건설된 무지가

아이들의 혈기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정하는 그때부터 이미 엇나간 것은 아니었나?


지금의 나에 이르러서도 인정하고 감사할만하다 여겨지는.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인' 별것도 아니라 생각되는 이 행동이 끝에 가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다시 한번 마음속의 종이에 힘을 주어 눌러썼다.

이게 과연 말처럼 쉬운 일인가?

살면서 처음으로 나 이상으로 중히 여기게 된 이 존재가

혹여나 흙탕물에 뒹굴고 비와 눈보라에 그 앙증함을 잃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랬겠지만.
나라는 꽃씨는 그런 작은 마음조차도 너무 거대하여 움츠러들었으리라.


꽃씨는 그저 하늘로 훨훨 날려 다니고 싶을 뿐이었으니까.


대뜸 고마웠다

나의 산들바람이 되어준 그들이

새로이 다가올 계절의 바람이 되어준 그들이




사람은 왜 아이를 낳고 행복을 느낄까 의문을 두어보았다.

다 무언가의 이유를 가지기에 형태를 띠는 거니까

순수한 행복은 이 세상에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의지를 남긴다.

내가 종종 느끼는

심장 위로 뒤덮인 마음들.

사람의 이야기는

결국 타고 탈수록

와전되기 마련인데

나의 흔적을 나의 아이를 통해서 남기려는 이유라면

무던히 어긋난 의미라고 느꼈다.


결국 나와 독립된 개체라는 것인데

이 아이를 본다고 해서 나를 떠올린다?

신기하기도 하지.

비로소 나를 남기는 온전한 방법은

죽지도, 늙지도, 쉽게 변색되지도, 덧칠되지도

그럴 일도 없는 기록이라는 무형물일 뿐인데도 사람은 아이라는 방식을 택한다.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이것도 미래영겁을 말해주진 않는다.

기록이 가지는 장점은 나보단 오래 살아남아 있을 뿐이니까 아이라는 것은 자신의 유전자 주머니 이상의 의미를 가지니 이미 비교대상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을

여기까지 글을 쓰고 나서 느꼈다.


어찌 되었든 나를 남기는 것은 글로써 충분하다고 인지하며

나의 아이는 내 두 번째이지만 나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중요시해야 할 것만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난 딸이 좋을 것 같다.

나와 같을 거라면 역시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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