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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사 Mar 20. 2023

브런치에서 글을 쓸때마다 말하고 싶었던 것.

정말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돼요


저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사람입니다. 예 맞아요. 여기에 있는 모든 분들과 일맥상통하는 목표점을 바라보고 걸어 나가는 분들 사이의 작가중에 한명이죠. 이런 분에 넘치는 작가 타이틀을 쥐어준 것은 브런치 팀이고 저는 그걸 날름 받아먹어 여기서 제 생각을 펼칠 뿐이에요.


제가 여기서 글을 쓰는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혹여나 제가 이전에 쓴 글을 봤었고 지금 이 글도 보시고 계신 분이 있다면 글을 쓰는데 복합적인 이유 자체가 그런 분들께 미안한 이유가 될 거라고 딱히 생각하지도 않고서는 제 글을 보셨었고, 지금도 보시고 있으시겠죠?

먼저 이 글을 쓴 연유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넘어가려면

제가 좋아요구독자에 연연하지 않는 듯한 글만을 쓰는 이유를 말해야 할 것 같네요.

글을 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빠르게 찍힌 좋아요나 막상 하고 나서 반가운 알림이 떠도

옆으로 슥 넘겨버리는 구독은 제가 글을 쓰지 못하게 할 황망함까지에는 전혀 못 미치는 이유가 먼저가장 먼저 들었고요.


사족으로는 브런치에게 죄송하네요. 그들은 컨텐츠가 될 글을 원하겠죠?

브런치팀은 저의 이런 이기적인 모습을 보지 못해 절 뽑아줬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제가 심사를 거칠 때 저를 소개했던 그 말은 제 마음속에 똑똑히 존재하는 진실이기는 했어요.

제가 보여드린 것은 적어도 양심에 찔려 죽을 것만 같은 꾸밈 가득한 자기소개는 아니었다는 소리예요.

다만 그 행동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요소였고 제 진짜 목적은 나의 울타리 안쪽의 사람들에게 제 글로써 저의 형태를 전시하고 싶었다는 크나큰 이유 때문이었어요.


제가 무엇 때문에 글을 쓰냐고요? 작가 소개에 적혀있는 것처럼 누군가 쉬어가고. 그 휴식의 기간 동안 모인 기운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본인들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었으면 좋겠다고 글을 써댄 이유도 있고, 제가 게시한 어떤 브런치북의 색처럼 저처럼 병에 아파하는 누군가가 제 글을 읽는다면 비관적인 마음을 갖고 있다는 가정하에. 그러한 심상에 변화를 꾀해주고 싶고. 살아나갈 일말의 이유를 본인 스스로 찾게 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도 하고 그런 그들과 동시에 병에 아파하는 분들의 곁에서 그에 버금가는 통증을 느끼는 분들에게 저와 같은 자들의 언어를 들려드림으로써 그들이 어떤 행동을 취하던 깊게 공감할 수 있게 하여 그들이 죽기 전까지 이어져나갈 아픔을 덜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도 하니까요. 제 글솜씨가 미숙한지라 어디까지나 글이 가지는 모토일 뿐이지만요.

한편으로는 또 어떠한가요? 저는 마음속에 가진 다양한 이야기를 마구 펼쳐내지 못해 썩은 응어리를 지니고 있었고 지금에 와서는 그 이야기를 세상에 게시하는 게 너무 행복해요. 비록 아무도 봐주지 않더라도 말이죠.


여기까지 글을 읽으시느라 좀 어지러우셨을 것 같아 다시 처음의 주제로 돌아갈게요.

제가 글을 쓰는 이유 중에 선두에 선 놈들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내 울타리의 사람들. 즉 내게 있어 소중한 사람들이 나의 비밀스러운 모습을 이곳의 글을 통해서

보게 될 때. 저라는 사람도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그렇게까지 무정하고 딱딱한 놈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이고.

두 번째는 세계에 바치는 포트폴리오로 쓰려는 목적이에요.

나란 놈은 그저 이곳에서 살아오면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며 살지는 않았다. 나는 사실 이런 놈이다.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인 거죠.

나의 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는 무엇을 하고 싶느냐, 네가 평소에 뭘 생각하느냐, 너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으냐,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뭐 이런 식의 질문들에 대해 답을 할 때엔 평소의 저는 그렇게까지 유연하고, 유창하게 말을 구사하지 못하거든요. 한마디로 글을 씀으로써 자신을 다시 정의하는 것과 동시에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일종의 포트폴리오로 저는 브런치를 이용하고 있답니다.

이 글을 보고 저에게서 작가 자격을 빼앗아간다고 해도 이제는 깔끔하게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소중한 경험을 제게 선사해 주신 브런치팀에게 감사하고 죄송하니까요.

그리고 제 글을 조금이라도 읽어주신 분들에게 똑같은 마음을 품습니다. 제가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쓰는지 모르셨을 거예요.

그러고 보니 아까 울타리 개념을 여기에 썼었네요. 그 울타리란 제 영역의 내부에 들어온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공간이에요. 어디까지나 제 맘에 드는 전제하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도 항상 열려는 있답니다. 뭐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조차 단지 제가 시원해지기 위해서 쓰는 자위적인 글일지도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들을 한데 응축한 단어를 보실 수 있겠죠?

이 말을 글에 쓴 적이 있나 싶었거든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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