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본적 없는 것들.
된장 고추장 국간장
참깨 들깨 고춧가루
참기름 들기름
엄마께서 직접 농사를 짓진 않으셨지만
콩, 고추, 참깨, 들깨, 소금 등
마음에 드시는 식재료 직접 구매해서
씻고 말리고
방앗간에서 찧고 짜고
직접 장을 담고
직접 볶아서 병에 가득 담아주시던 것들.
철마다 담던 김치들.
올해 여름 집에 오셔서
담가주신 생강청과 생강술
생새우가 너무 좋다며 산지에서 주문해 담가주신 육젓과 생선들
엄마는 어떻게 찾았는지
수산 시장 경매 카페들을 통해
싱싱하고 제철 제때 아니면 먹기 어려운 생선과 수산물들 사시고
농수산물 카페에서 제철 과일과 농산물을 사셔서 딸들과 이웃에 나누는 재미를 즐기셨다.
매일 아침마다 카페 도장을 찍으며
오늘은 뭐가 나왔다. 뭐가 제철이다.
소식을 전달하시곤 주문할까?
묻곤 하던 엄마.
다행히 엄마가 가입하셨던 카페를 찾아 엄마가 고정닉으로 쓰던 닉네임을 찾아서
엄마가 거래하셨던 곳을 저장하고, 마침 주문해 주시던 쌀이 떨어져 찾아 주문을 했다.
친정의 재래시장이 이리 좋은 줄 몰랐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친정에 갔을 때
엄마와 시장에 간 적이 몇 번이었는지.
이맘때 엄마가 시장에 가면 유레카를 외쳤던 아기 열무.
매년 만나는 것도 아니고 딱 그날 아니면 다음날 가도 다다음날 가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는 그 아기열무를.
장례 후 친정에 내려간 첫 주말 시장에서 만나게 되었다.
언니와 함께 나는
"엄마가 찾던 그 열무야!!" 소리쳤다.
언니들에게 아기 열무를 발견한 얘기를 전했더니. 큰언니는
"거기 맞아... 그 골목이라고 했어.. ㅜ ㅜ"한다.
아기 열무를 발견했다고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데.
전할 엄마가 없다고 우린 또 각자 울고 말았다.
딸 다섯 중 엄마 열무김치를 전수받은 딸 한 명이 없다.
옆동네 사는 셋째 언니가 그 아기열무로 열무김치를 담가 나에게 주었다.
"언니.. 엄마 김치하고 맛은 좀 달라도.. 그 열무 맞아 언니... 맛있어 ㅜ ㅜ"
그다음에 친정에 내려가 그 자리에 가봤더니
엄마 말대로 거짓말처럼 흔적도 없는 빈자리였다.
내년에는 이 아기열무를 만날 수 있을까?
연하디 연해서 씻을 때도 조심조심해야 한다는 그 아기열무.
냉장고에 아직 남아 있는 엄마 흔적들.
사라질 틈 없이 채워지던
화수분 같던 냉장고.
나의 우렁각시 우리 엄마.
엄마가 그랬죠.
엄마가 아니면 누가 하냐고.
엄마가 없던 우리 엄마는 얼마나 서글펐을까.
엄마는 못 받아봤던 것을
딸 다섯이나 되는 엄마는
참 많이도 해주셨어요.
엄마 고마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가 주시던 것들에 비해
엄마가 손질하고 담가서 주던 그 음식들에 비할 바 아니겠지만.
좋은 식재료들 잘 찾아서 잘 먹을게요.
엄마
고맙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