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도시

모든 청년을 응원하며

by 유느야


쉬었음 청년 50만 명의 시대, 내가 살고 있는 대학가 신촌은 젊음의 도시가 아닌 취준생의 도시가 되었다. 대학시절 동아리부터 인턴, 교환학생까지 성실하게 이력서를 한 자 한 자 채워나갔다. 대학교 4학년 마지막학기에 경영 직군부터 마케팅, 영업 직군까지 올라오는 공고란 공고는 전부 지원했지만 낙방했다. AI 면접을 넘기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AI 대혁명 시기에 문과생으로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석사를 따면 취업이 쉬워진다는 말에 주위 친구들을 따라 경영대학원 원서를 썼다. 2년간 당당히 취업을 미룰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기도 했다.


대학원에 합격하여 입학금을 내기 위해 핸드폰을 켜 온라인 뱅킹 앱을 열었다. 300만원이라는 등록금이 부담되었지만 이전에 알바로 500만원 정도를 벌어뒀기에 감당할 수 있었다. 300만원을 이체하려 하니 “1일 이체 한도를 초과하셨습니다”라며 팝업창이 떴다. 이체 한도를 늘리기 위해 신촌역 앞에 있는 신한은행에 갔다. 편리한 온라인 뱅킹으로 성인이 되고 나선 한 번도 은행 매장에 직접 간 적이 없었는데, 5년 만에 방문한 은행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문을 여니 사람이 아닌 로봇이 나를 반겨줬다. 무인 시범 매장이라며 로봇은 어떤 기계 앞으로 나를 인도했다. 기계 앞에 앉으니 화상으로 AI은행원과 연결되어 은행업무를 보았다.


가상의 은행원은 재직증명서가 없다면 이체한도를 100만원 이상으로 올리지 못한다 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신용카드도 아닌 체크카드인데, 빚을 지는 것도 아니고 내 통장에 있는 돈을 이체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기계에 대고 따졌지만 기계는 불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은행 문을 열고 나오며, 회계장부 상에 나는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소득세를 내지 않으며 연말정산을 하지 않는 나는 AI의 시스템 상 사회에 보이지 않는 존재이다.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습관처럼 유튜브를 켰다. 내 상황을 아는 것인지 알고리즘이 “그렇게 20년이 지났다 은둔 중년”이라는 영상을 추천했다. 마치 내가 20년 후에 은둔 중년이 될 것이라는 알고리즘의 예언처럼 느껴졌다. 영상을 끄면서 머리가 아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쉬었음 청년, 은둔 중년, 독거노인까지 내 미래는 정해져 있는 걸까, 그들은 숨고 싶어서 사회로부터 도망친 걸까?


한 달 전에 봤던 AI 인적성 면접이 생각났다. 로봇 은행원이 내 일자리를 빼앗은 건 아니지만, 그 로봇이 떠올랐다. AI 대혁명의 시기에 취업을 위해 대학원을 선택했지만 로봇이 내 입학금 이체를 승인하지 않았다. 알고리즘은 예언가처럼 은둔 중년 영상을 추천해주고 나는 불안해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학적도 직장도 없는 나는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은행 전산상에 보이지 않는 존재이지만, 오늘도 기계들에게 나를 증명하기 위해 노트북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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