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by 유느야

제목: 세상에 아이 낳기 이상적인 국가가 존재하는가?

올해 1분기 합계 출산율이 0.82명을 기록하며 3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작년 7월부커 이어진 9개월 연속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이나, 모처럼 들려온 반가운 신호임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의 원인으로 90년대생 에코붐 세대의 30대 진입이라는 인구 구조 변화, 코로나 19 이후 혼인률 증가, 그리고 결혼, 가족에 대한 가치관 전환 등을 짚는다. 세 가지 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바로 ‘가치관’이다.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핵심 키워드를 떠올려 보면 ‘배금주의’, ‘전사사회’, ‘3포세대’ ‘무한경쟁’ 같은 표현이 먼저 떠오른다. 고도 압축 성장을 거치며 소득, 자산, 학벌이 인생의 절대 지표가 되었고, 사회는 물질주의라는 병에 깊이 감염됐다. 청소년기에는 학벌, 20대에는 스펙과 취업, 성인이 되면 부와 부동산을 위해 싸워야 하는 전사사회가 되었다. 이런 사회구조 속에서 탈물질적 가치는 설 자리를 잃었다. 가족, 사랑, 행복 같은 비물질적 가치가 자연스럽게 희소해지며, 급기야 어느정도는 인류애적으로 봐라봐야 할 출산마저 비용대비 효용을 따지는 선택지로 전락했다.

사실, 출산이라는 행위가 이해타산적으로만 봤을 때 가성비가 떨어지는 선택임은 항상 분명해왔다. 하지만 어째서 유독 오늘날 저출산이 팽배하게 되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문제의 핵심은 인본주의적 가치의 상실에 있다. 출산이 아무리 비효울적이라 해도 그것을 뛰어넘는 가치가 중시된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감내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사회는 그러했다. 힘듦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즐거움과 행복이 인류애적 사랑과 맞물리며 출산을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저출산을 놓고 각종 연구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출산을 가로막는 것은 집값 폭등도, 양질의 일자리 부족도, 경력단절도 핵심이 아니다. 온나라가 황폐화 된 1950년대에 합계 출산율이 6명대를 기록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GDP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지금 출산율이 사상 최저라는 사실 역시 ‘돈이 없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통념에 반한다. 그러한 물질주의적 접근만으로는 이러한 저출산 문제가 설명될 수 없다.

이제라도 물질주의적 그늘을 걷어내 비물질적 가치를 복원시키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가족, 사랑, 행복, 안정감처럼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사회의 주류로 되돌린다면 출산율 역시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다. 출산장려급 같은 각종 보조금 만으로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시스템을 인간 중심적 가치로 전환해야 한다. 예컨대, 학벌, 직업의 절대적 척도에서 다양한 변수 중 하나로 낮춘다면 사회적 압박도 낮아질 것이다. 채용과 입시 체계의 변화와 미디어의 다양한 가치에 대한 조명이 맞물린다면 이런 인식과 문화가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비물질적인 가치가 중요해지는 사회로의 대전환을 위해 쇄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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