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과 느림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벗어나는 길, 우리를 맞이한 것은, 초원의 바람도, 끝없는 오프로드의 먼지가 날리는 길도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민달팽이 기어가는 듯한 교통 체증이었다.
차들이 도로 위에 꽉 들어차 한발자국조차 내디딜 수 없을 만큼 도시는 숨을 죽이고 있었고, 우리는 그 길 속에서 무덤처럼 갇혀 있었다.
‘이러다가는 차라리 걸어가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도로는 정체라는 단어조차 무색할 만큼 막혀 있었다.
그때, 내 시선을 빼앗은 것은 한 대의 자동차였다. 갓길에서 슬며시 끼어드는 승용차 한 대, 순간적으로 짜증이 앞섰다. 이미 막혀 있는 도로인데, 거기서 또 끼어든단 말인가. 그러나 이내 그 승용차가 고장 났음을 알게 되었다. 두 명의 건장한 남자가 힘껏 차를 밀고 가는 모습이다. 여전히 불편한 내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천천히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이상하리만치 묘한 여유를 읽었다.
도로 위에서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우리와는 달리, 그들은 손바닥 하나에 묻어나는 힘으로 자동차를 밀면서 웃고 있었다. 억지스러운 웃음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그저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콧노래 불면서 즐기는 웃음이었다. 차창 너머로 바라보는 내 눈에는, 그 웃음이 답답하고 정체된 도시 속, 작은 자유처럼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갓길로 방향을 틀더니, 우리 차 쪽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마치 ‘불편을 주어서 미안합니다.’라는 말 대신, 그 손짓 하나로 모든 것을 전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묵묵히 자동차를 밀며 갓길로 사라져 갔다. 그들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 차창 끝으로 사라질 때, 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던 짜증도 함께 멀어져 갔음은 물론이다.
한 시간쯤 지나 도시 외곽에 도달하자, 갑자기 길이 뚫렸다. 마치 뻥튀기 아저씨의 외침 ‘뻥이요!’ 하듯이, 막혀 있던 도로가 사라지고, 끝없이 이어진 대지가 열렸다. 눈앞에 가득 펼쳐진 초원으로 나가는 길은, 조금 전까지의 막힘을 잊게 할 만큼 자유로웠다.
문득, 고장 난 자동차를 밀고 가던 그들의 장면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을까?. 그것은 어쩌면 이 여행을 시작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메시지였을지 모른다.
“서두르지 말자. 막힘도 길의 일부이고, 느림도 여행의 한 결이다.”
몽골의 초원은 늘 바람처럼 자유롭다고 생각했지만, 정체된 도로에서, 느림과 멈춤이란 메시지를 되새기며, 잠시 눈을 감아 본다. 고장 난 자동차를 밀고 가던 두 남자의 웃음은, 불편을 감싸안는 인간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길이 막혀도 그들은 웃었고, 나아가지 못해도 그들은 손발의 힘으로 움직였다. 속도가 아니라, 태도가 삶을 견디게 한다는 것을, 그 짧은 장면이 아마도 이번 여정을 마칠 때까지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도시의 막힌 도로와 고장 난 자동차, 그리고 초원의 자유로운 길은 서로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여행의 은유였고, 더 나아가 삶의 은유였다. 삶은 언제나 뻥 뚫린 길만을 주지 않는다. 때로는 막히고, 때로는 멈추고, 때로는 차를 밀어야만 한다. 그러나 그 순간조차 웃을 수 있다면, 그 길은 여전히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몽골에서 나의 오프로드 여행은, 속도를 자랑하는 여행이 아니라, 멈춤과 느림을 받아들이는 여정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초원이 내게 주는 또 하나의 가르침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