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조용하고 따뜻했지만, 골목 바람은 싸늘했다. 바람이 코끝을 스치며, 겨울이 이만큼 다가왔음을 알렸다.
아파트 길모퉁이에 하얀 연기가 가늘게 피어올랐다. 연기 냄새에는 나무 타는 고유함과 고구마 향이 섞여 있었다. 그 냄새는 늘 그러하듯, 마음을 한순간에 어디론가 데려간다. 낡은 드럼통 안에는 겨울의 첫 조짐이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다. 고구마 구워지는 소리, 바람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가 왠지 모르게 정겹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집사람에게 사진 한 장과 짧은 카톡을 보냈다.
“군고구마 사갈까요?”
이 짧은 문장 속에는, 오늘 하루 별일 없었는지, 함께 나눌 시간, 그리고 ‘당신 생각이 났어요’라는 차마 쑥스러운 표현까지도.
잠시 후, 까꿍 소리가 들려왔다. 하루의 온기가 함께.
“그래요, 두 개만.”
누군가는 그냥 지나쳤을 풍경일 테지만, 내게는 느긋한 작은 행복이었다. 군고구마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손끝에서 전해지는 군고구마 따뜻함이 좋았다. 이 온기 덕분에, 하루의 적막이 녹아내렸다. 삶이란 결국 이런 것 아닐까. 크고 거창한 의미보다, 조용한 오후 냄새와 짧은 카톡 한 줄이 하루를 따뜻하게 만든다는 것임을.
나는, 그저 “군고구마 사갈까요?”라고 묻는 정년퇴직한 평범한 중년 남자였고, 그 평범함에 감사함을 보낸다.
- 겨울 초입, 군고구마 아저씨 모습을 보고 이 글을 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