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글 1
"혹시 A형이야?"
학창 시절 때 처음 만난 친구들에게 항상 들었던 말이다. 그러면 나는 은은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제는 이 말도 지겹다는 표정으로.
"혹시 ixtx세요?"
성인이 되고 MBTI가 한창 유행했을 때,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항상 들었던 말이다. 나는 학생 때와 똑같은 표정을 지으며 "INTJ예요."라고 답한다. 예전에 비해 조금 더 무미건조해진 말투와 초점을 잃은 눈을 하고서. 사실 다들 MBTI, MBTI 하길래 재미 삼아 검사 한 번 해본 것이지, 나의 MBTI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대체 INTJ는 어떤 사람이길래 다들 나의 MBTI를 척척 맞추는 건가 싶었다.
그래서 찾아본 인티제의 대표적인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인간관계가 넓지 않다. 시끄러운 곳과 사교활동을 극혐 한다. 고집이 세다.(이 부분에서 나는 인티제라고 확신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아무 하고나 잘 어울린다. 모태솔로가 많다.(젠장!) 굉장한 원칙주의자이다. 학구열이 높다. 조용한 관종.
천천히 스크롤을 내리며 읽는 도중 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INTJ 여자는 인구의 약 1%를 차지하며 여성성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에 도전하는 복잡하고 매혹적인 사람들입니다.' INTJ 자체도 흔하지 않은 유형인데, 그중에서도 인티제 여자는 매우 희귀하다고 한다. 나는 이 문구를 통해 그 동안 내가 나 자신을 편협하게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사실 학창 시절 때도, 대학생인 지금도 사람을 대하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다. 나와 티키타카가 잘 되는 사람을 찾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와 같았다. 그래서 나에게 무언가 큰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이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졌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인티제 인간들의 특징을 통해 나라는 사람 자체에게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남들과는 달리 1%의 희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나와 완전히 맞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나와 다른 이들의 차이점을 알고 인정하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별생각 없이 해본 MBTI검사를 통해 오래간만에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독특하고 어려운 사람'보다는,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사람'으로 나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이 세상의 모든 인티제들에게 괜히 의기소침해지지 마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들과 나는 희귀하고 특별한 사람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