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력 좋은 사람으로 살기

by 송현모

실행력이 좋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심지어 사주풀이에서도. 실행(력)은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키워드이기도 해서 오늘의 주제로 다뤄 본다. 실행력이 좋다는 건 추진력이 좋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얘기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 '실행력이 좋다'는 건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무언가를 시작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거다. 추진력은 그렇게 시작한 일을 이어나가는 힘이고. 나의 추진력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좋은 편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것 같기도 하고, 아직 많은 걸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기도 하다. 그래도 실행력은 나름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매주 상담을 받고 있는데, 지난 상담 때 '토익을 따야 하는데 자꾸 미루고 있어서 문제다' 라고 선생님께 고백했다. 그래 놓고서 상담 다음날엔가 그 다음날엔가, 토익 문제집의 첫 세트를 풀어보고 바로 시험 응시 신청을 했다. 그날부터 하루에 한 세트씩 문제를 풀다가 이번주 상담 시간이 찾아와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토익 공부와 시험 신청 근황을 말씀드렸더니 '미루는 사람의 얘기처럼 들리진 않는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오랜만에 '나 정말로 실행력이 좋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의 일만 되짚어보더라도, 실행력이 좋다 할 만한 상황은 몇 가지 더 있다. 얼마 전 한 작가님의 강연을 신청했던 일. 우연히 sns에서 강의 소식과 함께 빈자리가 났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내 일정을 확인한 다음 5분도 지나지 않아 신청을 마쳤다. 한 출판사에서 읽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파본 도서를 무료로 나눔한다는 소식을 보고 곧바로 연락해 몇 권의 책을 받기도 했다. 좋아하는 연예인 관련 전시회가 서울 모처에서 진행되는데, 원래 여기에 갈 생각이 없어서 예약 오픈이 열린 후에도 대수롭지 않게 있었다가 갑자기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즉시 예약을 하고 며칠 후에 다녀온 적도 있다.


실행력이 좋아 보이는 건, 사실 성격이 급하기 때문이다. 나는 대체로 효율을 추구하는 편이고, (그러나 나 자신이 납득한다면 엄청난 비효율을 견딜 수도 있다) 성격이 급하며 무언가에 빨리 질리거나 답답함을 느끼곤 한다. 내 기준에 근거할 때 비효율적이고 타당하지 않고 시간이 아깝다고 여겨지는 상황을 싫어한다. 이렇게 급한 성격은 반대로 나를 움직이는 엑셀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할 수 있다면, 바로 하자. 이런 마인드다. 어떤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어떤 것을 하고 싶어질 때, 대체로 그냥 바로 해 본다.

바로 실행해 버리는 건, 실행하기까지의 미루는 지지부진한 시간이 싫기 때문이다. 평소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관해 생각하다 보면 도달하는 결론 중 하나는 '미루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바로바로 움직이자'는 거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A라는 기회를 발견하고 며칠간 A에 도전할지 말지 고민한다면 말 그대로 며칠 동안 머릿속 한 구석에 A를 담아두고 사는 셈이 된다. 나의 지적 에너지를 잡아먹는 일이 그렇게 하나 둘씩 쌓이면 급격히 피로해진다. 그래서 최대한 머릿속에 담아두는 것, 미루는 것이 없도록 바로바로 처리해버리는 게 삶의 경험상 이롭다는 사고방식이 자리잡은 거다.

그렇다고 해서 충동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즉흥과는 거리가 멀다. 남들이 보기에는 '당일에 바로 결정해서 실행해?' 할 정도로 빠르게 무언가에 착수하지만, 그 결정을 내렸다는 건 내 머릿속에서 그 선택의 장점과 단점, 이걸 해야 할 이유와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치열하고 충분하게 이미 따져보았다는 의미다. 그 고민이 복잡할지언정 빠를 뿐이다. 그건 결국 성격이 급해서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생각 많은 사람답게 나 자신과 나의 기준, 우선순위, 선호, 취향 따위를 많이 파악해 두었기에 새로운 결정이 크게 어렵지 않은 면도 있다.

오늘의 글에서는 기회를 잡는 것, 무언가를 신청하거나 어딘가에 도전하는 것(이라기엔 별 도전이 없었다만)을 실행력이 빛났던 사례로 이야기했지만 사실 다른 영역에서의 이야기도 있다. 오히려 과거의 내가 실행력 좋은 면모를 보였던 건 주로 불편이나 비효율을 해결하려고 나선 경우였다. 그걸 나는 '내가 너무 예민하고 까칠해서', 그러니까 소위 '개복치'라서 무언가를 잘 참고 견디지 못하니까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 것이라 해석했는데, 이전에 상담 선생님과 긴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내 면모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그런 행동력과 실행력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거나 부러워할 만한 요소라는 것도 알게 됐다.

어차피 성격이 급하고 예민한 김에, 나름의 긍정적 측면인 이 실행력을 앞으로도 잘 가지고서 살아가고 싶다. 더욱 좋은 상황과 기회들, 도전들을 위해 실행력을 기꺼이 펼치면 급한 성격도 좀 상쇄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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