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이 두려운 이유

by 송현모

며칠간 미루던 온라인 쇼핑을 했다. 사실 쇼핑이라고까지 할 건 없지만, 그래도 온라인에서 물건을 둘러보고 구매했으니 쇼핑은 쇼핑이다. 특별한 건 아니었다. 고가의 물건도 아니었다. 그냥 평소에 쓰던 물건이나 소모품 같은 것들이 새로 살 시점이 되었다 싶어 적당히 검색해 보고 적당한 곳에서 주문을 한 것뿐이었다.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물리적인 쇼핑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집에서 노트북을 켜고 클릭과 스크롤 몇 번만을 반복하면 되는 일인데도 이것조차 때로는 쉽게 손이 안 가더라. 그래서 메모장에 살 것들의 목록만 적어놓고 며칠간 미루어 왔다. 마침내 오늘, 이제는 정말 해야겠다 싶어서 하나하나 착착 주문하는데, 미룬 시간에 비해 실행은 금방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미루어 온 일들'과 마찬가지로, '막상 하면 이렇게 금방 잘 할 거면서 왜 미뤘담' 싶은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디지털로, 전자 기기로 무언가를 살 때는 너무 쉽게 결제되어버리는 그 감각이 조금은 두렵다. 오프라인에서 계산을 하기 위해 현금을 내밀 때보다 카드를 내밀 때 우리는 돈을 '준다'는, 혹은 돈을 '쓴다'는 느낌을 덜 느낀다. 지출의 고통이 덜하다. 오프라인에서의 카드 결제만 해도 그런데 하다못해 온라인에서는 오죽하겠는가. 나는 주로 네이버 쇼핑에서 네이버페이를 활용해 결제를 하는데, 등록해 둔 비밀번호 여섯 자리만 입력하면 순식간에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그나마 체크카드를 연동해 두었기에, 그리고 출금 SMS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에 즉시 계좌에서 얼마 가량의 돈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라도 있지, 신용카드였더라면 지출의 고통을 이월해 그 순간에는 아무런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모든 상황에 익숙해질까 봐 두렵다. 씀씀이가 헤퍼지는 것도, 쇼핑 (혹은 소비) 중독이 되는 것도 두렵지만 무엇보다 경계심 없이 안주해버릴지도 모른다는 게 가장 두렵다. 깐깐하게 따져본다면 온라인 쇼핑 한 번에 따져볼 건 수없이 많다. 나의 경우만 보더라도 쇼핑과 결제를 위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결제가 완료되면 스마트폰으로 출금 안내 문자가 오는 동시에 메일함에는 결제 안내 메일이 도착한다. 메일함에 쌓인 메일이 환경에 미치는 해로움이 전부터 언급되곤 하던 게 생각난다. 나는 그저 몇 번 클릭만 하고 잊은 채로 며칠을 보내면 빠르게는 하루 만에, 느리게는 며칠 만에 집 앞에 택배 상자가 도착한다. 택배가 도착한다는 문자를 받는 것도, 도착한 택배를 집 앞에서 발견하는 것도, 상자를 개봉하는 것도 매번 새로운 반가움이자 즐거움이다. 그 모든 과정에 익숙해져 버리는 게 두렵다.


사실 이미 많은 것에 익숙해져 버린 채로, 그나마 덜 익숙해진 것들을 애써 의식하려 노력하며 두려움을 스스로 만들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특유의 경계심을 잔뜩 발동한 채로, 온라인 쇼핑이라는 행위의 해악을 굳이굳이 따져가며 필요 이상으로 죄책감과 자책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살고 싶다면, 이러지 않는 방식의 삶이 싫다면, 계속 이런 생각을 하고 의문을 가지고 불필요해 보일지도 모르는 감정들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것 같다. 고작 온라인 쇼핑 한 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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