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으로 산다는 건

by 송현모


책을 비롯한 다양한 컨텐츠는 항상 나에게 일종의 인풋으로 작용해 수많은 생각과 말과 글을 이끌어낸다. 그중 외동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하게 한 컨텐츠가 있다. 바로 세븐틴 호시와 민규, 그리고 MC를 맡은 디에잇까지 세 명의 멤버가 핑계고의 '이달의 계원'으로 출연한 스핀오프 콘텐츠다.

https://youtu.be/-NVzHABMq88?feature=shared


핵심은 '남매 관계'다. 나는 보지 않았지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알려진 환승연애(그럼에도 이 콘텐츠의 패러디성을 이해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의 포맷을 일부 활용해 진행한 이른바 '환장남매Q'. 한 살 많은 누나를 둔 호시가 현실 남매를, 네 살 어린 여동생을 둔 민규가 비현실 남매를 대표해 퀴즈를 풀고 자신의 'S(Sibling)'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나는 MC를 맡은 디에잇처럼 외동에 해당한다. 그래서 영상을 보는 내내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디에잇의 반응 정도로 의아하진 않았다. 흔히들 밈으로 전해지는 '서로 극혐하는 남매 사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유 남매의 카톡 내용이라거나 악뮤 남매의 대화 같은 건 이미 접한 적 있는 내용이기도 했고. 한편으로 민규와 여동생처럼 애틋하고 다정한 남매 사이가 이상적인 만큼 신기하기도 했다. 반드시 남매라서가 아니라, (물론 서로 투닥거리기 쉬운 남매 사이의 관계라는 점에서 더 놀랍긴 하지만) 인간관계 자체가 그렇게 이상적일 수 있다는 게 쉽지 않으니까.


질문 중엔 이런 게 있었다. 제작진이 촬영 전 외동인 디에잇에게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 부러운지' 물어봤다고 한다. 그가 내놓은 답을 맞추는 게 바로 퀴즈였다. 그의 답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부럽지 않다는 것. 물론 그의 경우 무려 열두 명이나 되는 멤버들이 사실상 형제처럼 곁에 자리하고 있기 떄문에 더욱 부럽지 않을 만하겠지만, 나는 딱히 그렇지 않은데도 부러움을 느끼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원체 외로움을 타지 않는 성향이기도 하지만, 정말이지 외동으로서 부족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아, 이런 생각은 해본 적이 있다. 만약 내게 형제자매가 있었더라면 서로 부딪히고 자라나며 좀 더 (정신적으로) 강한 맷집과 멘탈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사회적인 관계를 맺고 충돌하는 데 있어 보다 빠르게 성숙해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건 가져본 적 없으니까 알 수 없지.


직접 영상을 보진 않았지만, 샤이니의 키 씨와 장도연 씨가 살롱드립에선가 외동으로서의 삶에 대해 한 말을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이 '안 외로우냐'고 많이들 묻는데, 애초에 형제자매가 있어본 적이 없어서 외로운 줄도 모른다고. 그게 진짜 맞는 것 같다. 그리고 한편으로, '없느니만 못한' 사이도 있다는 걸 알기에 나와 정말 잘 맞는 사이의 존재가 아니라면 굳이 있어본 적 없는 누군가를 원할 필요가 애초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아이를 점점 적게 낳는 시대라고는 해도, 적어도 내 또래 선에서는 아직 외동이 흔하지는 않더라. 학창 시절에 보면 한 반에 외동인 친구들이 한 손에 꼽을 정도? 그래서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 혹은 외롭겠다는 걱정을 종종 받곤 했는데 정말이지 남들 들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고 진심으로 그런 느낌 받은 적 없다. 물론 사바사, 성향 바이 성향이겠지만.


다만 내가 외동이라는 걸 밝히기 전에, 혹은 밝힌 후에 '내게 어떤 형제자매가 있을 것 같은지' 물어보고 그 답을 듣는 건 좋아한다. 그것도 나름의 캐해받는 느낌이라 재밌더라고. 근데 그렇게 들은 대답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 게 함정... 오빠가 있을 것 같댔던가, 동생이 있을 것 같댔던가... 그런 말을 들으며 아주 잠깐, 내가 언니/누나/동생이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기도 한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외동으로 자라나며 누린 만큼 책임져야 하는 것도 많아진다는 걸 안다. 외동인 사람이 외롭지 않다고 하면 '그래도 나중에 큰일이 생기면 의지할 사람이 필요할 거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던데, 그 또한 우리의 몫이지 뭐 어쩌겠어. 디에잇이 영상 막바지에서 말한 것처럼 말이다. "저 같은 외동인 분들, 알아서 잘 사세요. 스스로를 잘 지키면서! 엄마 아빠를 책임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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