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함을 극복하기 위해 내가 실행하는, 혹은 루틴으로 만든 작은 습관들을 소개해보겠다.
하나, 몸을 쓰는 일상적인 활동 하기.
운동만큼 거창한 건 아니더라도, 설거지나 물건 정리 같은 가벼운 집안일을 하거나 샤워를 하며 몸을 움직이면 기분이 전환된다. 특히 우울은 수용성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시작이 어렵지, 우선 몸을 움직이다 보면 좋지 않았던 기분은 금세 사라진다.
둘, 운동하기.
조금 더 어렵지만 운동을 하면 당연히 좋다. 이걸 쓰는 나도 잘 실행하는 편은 아니지만... 가벼운 스트레칭이든, 강도 높은 운동이든 역시 몸을 쓴다는 점에서 (그리고 운동을 마친 후 씻게 된다는 점에서) 역시 좋은 전환 방법이다.
셋, 무언가를 읽기.
보통은 책을 읽는 편이지만, 요즘은 가벼운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면 웹소설을 보기도 하고, 최근엔 시를 읽기 시작했으므로 '무언가'로 퉁쳐 본다. 물론 이건 내가 활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특히 유효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이지, 소설 속 세상에 빠져들다 보면 현재가 저 멀리 사라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잠시 시선을 돌려 보면 내가 매몰되어 있던 이 순간이 얼마나 좁고 얄팍한지 깨닫게 된다.
넷, 이전에 좋았던 걸 다시 하기.
확실한 즐거움이나 행복이 보장된 무언가를 되풀이하는 것도 좋겠다. 나는 평소에 머리를 말릴 때 일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유튜브 영상을 보곤 하는데, 요즘은 아이돌 무대 교차편집 영상을 자주 본다.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고, 매번 나에게 꼬박꼬박 '좋음'을 안겨주는 좋은 컨텐츠다. 반드시 새로운 것이 아니더라도, 이전의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순간이라면 적합할 것이다.
다섯, 뭐라도 쓰기.
떠오르는 생각을 전부 글로 풀어내고 나면 오히려 머릿속은 후련해질 때가 많다. 단, 글을 쓰다가 자기연민에 취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더욱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 하지만 일기를 쓰는 건 늘 추천한다. 과거의 자신에 대한 데이터를 쌓는다는 점에서도 좋다. 이전의 일기를 들추다 보면 내가 이전의 시름과 행복을 얼마나 금세 잊어버렸는지 상기할 수 있다.
쓰고 나니 결국 뻔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뻔한 이야기를 늘 되풀이하게 된다는 건 정석에 가까운 답변이 그만큼 실행하기는 어렵다는 의미 아닐까. 성적 향상을 위해서는 교과서 위주로 예습과 복습을 하라거나,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적당한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라는 답변처럼 말이다. 아무튼 미래에 언젠가 또다시 무기력을 맛보게 될지도 모르는 나를 위해 남겨놓자면, 가장 중요한 건 뭐라도 '하는' 거다. 사람이 무기력할 때면 이 상태에서 빠져나온 후에, 뭔갈 하고 싶은 기분이 든 다음에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하며 늘어지게 되는데, 그건 환상에 불과하다. 하고 싶은 마음과 의욕과 열정을 바탕으로 실행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기분을 이겨내고 일단 실행하다 보면 의욕은 따라온다.
요즘의 나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급적 매일 시를 몇 편씩 읽고, 그중 한 편은 소리내어 낭독하고,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은 손글씨로 필사를 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 외에도 나 혼자만 아는 자잘한 루틴들이 몇 가지 있다. 어떤 날에는 모든 것이 번거롭게만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 그 효용을 느끼는 날이 더 많다. 매일 모든 걸 완벽하게 지켜야 한다는 강박만 내려놓으면 루틴은 정말 큰 힘이 된다. 루틴은 지키기 위해서 있는 게 아니라 돌아가기 위해서 있는 거라던 말, 언제 어디서 읽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말이다. 무기력과 번아웃에 빠지고 일상이 무너졌을 때, 루틴은 내가 언제 어디서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든든한 지지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남은 삶에서 무기력이 나를 영영 찾아오지 않는다면 참 좋겠지만, 그건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님을 알기에 무기력해지더라도 다시 평소의 나로 돌아올 수 있는 사소한 습관들을 열심히 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