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는 뭐니 뭐니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또 쉽게 말할 수 있는 외국어가 아닐까? 일단 우리말 속에 은연중에 일본어인 말이 많고 많은 경우는 일본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무심코 쓰고 있는 경우도 많고 글자를 쓰거나 알지는 못해도 우리말처럼 써 온 일본어가 많을 것이다.
우선 일본어는 한두 달만 배우면 바로 작문 연습이 가능하다. 일본어 기본 회화 교재에서 왕초보만 벗어나면 바로 우리말을 일본어로 옮기는 연습문제가 나온다. 세상 어느 외국어라도 그 정도 배우고 문장을 만든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단순히 회화 위주로만 배운다면 6개월만 배워도 -너무 열심히까지 하지 않더라도 - 실생활 회화가 가능하다. 요즘 말로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다.
나의 경우는 그 가성비를 최대로 활용한 셈이다. 어려서부터 (일본어 강사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일본어 글자인 히라가나(ひらがな), 가타카나(カタカナ)를 외웠으며, 대학 시절 부전공으로 일본어를 잠시 배웠고, 대학 졸업 후에는 부친의 번역 작업을 도와준 적도 있었다. 일본어는 우리말처럼 글의 어순이 같고, 같은 한자문화권이고 -일어식 한자가 약간 다르지만 - 어미 변화도 비슷하니 읽을 줄 몰라도 일본어 한자만 보면 대강의 뜻을 알 수 있으니 여러 가지로 매력적인 단어임은 분명한데....
일본어를 배우면 실생활이나 여행 중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우리가 가진 복잡다단한 감정을 생각하면, 일본인도 싫어지고 일본인이 말하는 일본어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지난 역사를 통해서 일본은 우리에게 이웃이라기보다는 늘 우리를 괴롭히는 불량배였으며, 우리 것을 빼앗아간 강도였으며, 우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지배자가 아니었던가? 어떤 나라에 다른 언어가 들어올 때는 단순히 그 말만 오는 게 아니라 그 문화와 사람들이 같이 넘어오는 것이니, 우리가 일본어에 대해 느끼는 미묘한 애증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어는 배워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선 배우기 쉬우니 전문적인 수준의 일본어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6개월 정도로만 배워도 여러 가지로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다. 일본어 한자가 수십 가지의 소리로 읽는 방법이 많다는 건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터이다. 그건 중급 이상의 일본어에서 배우는 과정이니까.
만약 중고등학생이 외국어를 선택해서 앞으로 공부에 도움이 될 요량이면, 일본어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유럽의 언어가 부담스럽다면, 차라리 중국어가 앞으로 더 유망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은 매우 보수적인 사회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 그리 안전한 곳이 되지 못할 것 같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지형적인 위치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