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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미집

추억 속으로, 조금 색다르게.

by 강철파파

'아빠! 지금 함미집 가는거에요?'


'그럼, 지금 가는 중이야. 기분이 어때?'


'아주 아주 좋아~'


'하이패스 두 번 지나고 터널 세 번 지나면 도착할거야.'


'하이빼쯔랑 깜깜한 터널 지나간다~'


'운전하니까 뽀로로 음악 화면은 못 보여줘. 괜찮지?'


'어 괜찮지요'


ㆍㆍㆍ


태을초등학교 육교를 지나면 공기가 사뭇 다르다. 수리산이 주는 맑은 바람과 공기가 어떤 느낌인지 몰랐는데, 이젠 알 것 같기도 하다.


그 느낌을 잠시 감상하려는 차, 뒷자석 딸랑이가 '저어기 계단에 할머니가 서계시니까 얼른 함미를 보러가요.'라고 조른다.


전쟁터와 같은 독서실을 수년간 오가던 거리는 어느새 딸내미와 함께 걷는 산책길이 되었다.


하루의 고단함을 한 줌의 재와 희뿌연 연기로 승화시키고 내일의 공부를 생각하던 골목길은 재건축으로 새단장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시간이 참 많이 흘렀구나.


엄마는 손이 쭈굴쭈굴한 함머니가 되었고,

아빠는 멋진 빠방이를 운전하는 하비가 되었고,

아들은 학교와 어린이집을 오가는 아빠가 되었다.

산본은 딸내미 덕에 나의 추억이자 색다른 미래로 다가온다.


아빠의 26년이 담긴 공간을 예쁜 시간으로 색칠해는구나.


고마워 우리 딸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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