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분간 너를 보고싶지 않다.

늘 보고싶은 친구

by 강철파파

늦은 밤, 딸아이를 재우는 와중에 울린 전화.


'무슨 일이야. 나 딸내미 재우고 있어. 톡 줘.'

'아, 그러냐. 미안하다. 내일 말하자.'


커피나 마시자는건가.

전화가 딘가 이상했다.

설을 쇠러 왔다고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13년지기 친구의 목소리는 딘가 먼 곳을 보는 느낌이었다.


우린 통화로 수다를 떨지 않기에, 더 이상했다.

안부를 물은 메시지는 다음 날이 되도록 읽혀지지 않았다.


정오 즈음에 전화가 왔다.


'어 야..섭아. 아버지가 경색으로 중환자실에 계셔.'

'어?'

'사실 목요일부터 병원에 계셨어. 이것저것 정리 좀 해보느라 이제사 연락한다.'

'지금 어딘데?'

'지금은 집이야. 다시 병원에 가야 해. 3시까지'

'어..그래. 일단 거기 있어. 갈게, 나 어제 산본왔다.'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어떤 상태일까.

곧 점심인데 밥은 먹은건가.


문이 열리자마자 여울이를 안고 있는 그의 동공은 유난히 커보였다.


집에서 가져온 전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조금은 안쓰러웠다.


친구 앞에서 차분해보이려는 마음이 앞섰던 것일까.

담담한 그의 목소리와 달리, 눈에 잠시 물이 고이기도 했다.


마음의 준비가 이미 시작된 것 같은 상황에

오니라 고생했다고 내밀어 준 커피가 그렇게 쓸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급하게 귀가하신 어머님도 뵀다.

차마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다.


조만간 또 보자는 흔한 작별 인사도 할 수 없었다.


너의 슬픈 얼굴을 또 보는 일은 없길 바라.


같은, 아니 더 최악의 상황에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든.


그래서, 당분간 너를 보는 일이 없길.


부디 쾌차하시어 이번엔 아들의 손을 힘껏 잡아주시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