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2024년 8월 31일, 드디어 여름이 끝나가는 느낌이 아주 조금 들었다. 작년 여름보다 체감상 몇 배는 더 더운 것 같았던 올해 여름은 버티기가 너무 힘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더위를 먹어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심지어 밥도 먹기 싫었던 올해의 여름을 생각하면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기 싫다는 생각만 들었다.
요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여름은 항상 올해가 가장 시원하다.’
며칠 전인 8월 13일, 인스타그램에서 작년 8월 13일에 업로드한 스토리를 알려주길래 확인해 보았는데, 작년의 내가 날씨가 시원하다면서 올린 기온 23도가 눈에 보였다. 그 숫자를 보고 오늘 날씨를 확인했는데, 오늘 날씨는 작년보다 10도 더 높은 33도였다. 그 온도의 격차를 확인하고 나서 ‘그럼 내년 8월 13일은 43도인가?’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예전에 쓴 책에서 ‘여름의 온도’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전 여름이 싫어요. 옷도 다른 계절이 예쁘고, 습해서 찝찝하고, 무엇보다 모기가 귀에서 왱왱대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요. 그래도 없으면 왠지 섭섭할 것 같네요.’
-우리가 사랑하는, 어쩌면 우리의 전부들. ‘여름의 온도’ 중-
솔직히 정정하고 싶다. 없어도 섭섭하지 않을 것 같다. 제발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뭐 이런 생각을 했다. 아마도 저 글을 쓸 때가 겨울이어서 저런 경솔한 발언을 한 것 같다. 지금도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는 여러분에게 죄송할 뿐이다.
아무튼, 여름이 이렇게 우리에게 힘든 시간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등학생 때 배웠던 기억으로는,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상태로 공전하기 때문이다. 단위 면적당 빛의 양에 따라서 여름과 겨울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더 정확하거나 엄밀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저 머릿속에서 끄집어낸 정보일 뿐이다. 그리고 지구의 자전축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아마도 계절이 뒤바뀔 만한 자전축 변화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느끼는 여름의 온도를 과거의 사람들도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
물론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현재의 계절은 과거보다 더 극단적이라고는 하지만, 과거의 여름도 더웠다는 사실만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과거의 사람들은 그 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냈을까? 에어컨이나 선풍기도 없이 말이다.
실제로, 과거의 여름은 그 당시 사람들에게 단지 불쾌한 계절이 아니라 거의 준 재난 급이었다. 지금은 거의 모든 곳에 에어컨이 돌아가고, 외출을 하더라도 실외에 있지만 않으면 열사병에 쓰러질 일은 거의 없지만, 과거에는 열사병에 걸려 쓰러지는 건 일상이고, 조금 더 먼 과거에는 음식의 부패, 질병 등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특히 병원에서 여름에 감염으로 죽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에어컨을 발명한 윌리스 캐리어에게 노벨상을 주어야 한다는 말이 여름마다 항상 나온다.
여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부터 내년 여름이 걱정된다. 아무리 과거는 기억 속에서 미화된다고 해도, 올해 여름은 과장되면 과장되었지, 절대로 미화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여름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1년에 한 번씩은 무조건 차라리 죽는 게 편할 것 같은 더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점점 더 더워지는 여름을 피하기 위한 진부한 대답은, 우리가 에어컨을 덜 틀고, 일회용품을 덜 사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조금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지구 온난화를 걱정해 에어컨을 틀지 않은 적이 있는가? 지구가 더 더워질 것을 생각해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걸어 다닌 경험이 있는가?
물론 일부러 탄소 배출을 하려고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상적인 부분을 양보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정말 진심을 담아 박수를 보내겠다.
사실 우리는 일상적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또한, 여러 선진국과 기업에서 배출하는 탄소는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늘어나고 있다. 즉, 현실적으로 지구 온난화의 가속화는 어떤 획기적인 방법을 찾지 않는 한,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정답은 없다. 당장 내일의 날씨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마당에, 몇십 년, 어쩌면 백 년 이후 지구의 평균 기온을 예측해 행동한다는 것은 어쩌면 의미가 없는 일이 아닐까?
우리는 단지 살아갈 뿐이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어도, 지구가 너무 더워져서 에어컨이 작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종국엔 인류가 멸망한다 해도, 심지어 그 과정 속에 우리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말이다.
그렇기에 하루하루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야 한다. 우리는 삶의 터전의 수명을 깎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지는 말자. 하고 싶은 것도 해보고, 추억을 쌓고, 사랑도 하며 살자.
그것이 지구를 희생해 살아가는 우리가 지켜야 하는 마지막 양심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