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찌푸린 날씨가 수상하다 싶더니 그예 산 중턱까지 흐릿하게 안개구름이 밀어닥친다.
행여, 초췌한 산을 대면하고 을씨년스러움에 몸 떨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운무는 범상치 않은 바람을 대동하고 어둡게 번져나가더니 순식간에 공간을 제압한다.
능선의 한 굽이를 돌자 산 소나무와 죽은 개옻나무에 설마했던 나무서리가 피어난다.
산의 머리쪽으로 급속히 자기복제하는 상고대의 번식력에 두려움마저 든다.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에 넋을 놓다, 놓는다.
놓다가, 나무서리 피어나는 속도에 맞춰 산을 마저 오른다.
'잃는 것과 얻는 것'이 결국 덕유德裕에서 벗어나지 못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