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by 뜬풀

이런 밤에는 그 봄날이 떠올라,

매화며 산수유며 동백이 딴에는 으뜸을 다투기도 하지만,

봄풀내 향긋한 작은 길에 일정한 방향 없이 거세게 난분분하던 벚꽃은,

성능좋은 카메라가 잡아낸 기막힌 컷처럼 뇌리에 각인되고,

봄밤 빛바랜 사진첩 들춰낼 것도 없이 섬광처럼 번쩍 생생히 찰칵거리다,

겨우내 가물고 가물어 봄비 내리기 바로 전 이맘 때가 되어 더는 견딜 수 없게 되면,

지난 시절 미묘한 감정선 마디 마디가 새삼 저릿저릿하여,

통속적인 후회와 버리지 못한 붉은 마음을 부여잡고,

아! 다시는 소쩍이 우는 계절까지 머뭇거리지는 말아야지 말아야지 다져보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여전히 알 듯 모를 듯한 말들로 이 밤 내 잠을 앗아가는 것인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 섬, 만나거나 엇갈리거나